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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해를 넘겼다

해마다 철이 오기 전부터 다가오기 시작하면 날은 추워오고 심란했다 김장 김치 맛은 양념 맛이라서 빈 구석 맛의 여백을 찾는 혀가 이때는 바쁘다 '어때' 라는 말은 짠지 매운지 맛이 살아있는지 감칠맛이 나는지 시원한 맛이 들어있는지 시간 지나면 좋은 맛이 될 건지를 묻는 양념같이 어려운 단어다 이보다 해석하기 어려운 시간은 없다 싱겁거나 심심하거나 그런 맛이야 그럼 신안 천일염을 조금 더 칠까 아니 백령도 특산 까나리 액젓을 살짝 넣자 갓 올라온 재료가 맛을 내는데는 양념들도 서로 부러워해 비가 찬 이랑 물에 뿌리부터 물이 밴 올 배추나 무는 무맛이었다 자연의 변덕은 본 성질을 바꾸고 부족한 맛을 채울 질 높은 재료를 챙겼다 춘천 강릉 광천 영양 해남 소래 신안 백령도... 바다와 산이 쓸려 들어갔다 머리..

시 글 2022.12.15

지내보면 알게 될 겁니다

오늘을 건너뛸 수 있다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조선왕조 임금을 면회할 수 있을까 어제 빨랫줄에 걸어놓은 달을 걷을 수 있을까 혼이 다 빠져나간 건너는 일은 이승과 저승 같아서 삶에 약속은 없었으니 나비의 날개를 원했는지 모릅니다 지금 내가 또 내가 언어의 걸음 속으로 건너가고 있습니다 시냇물이 모양을 바꾸듯 눈이 밟은 아침 안개가 숨 쉬러 나왔네요 경계를 형성하려는지 보이려 하는지 하루를 지내보면 알게 될 겁니다 오늘을 건너뛰어

시 글 2022.12.01

귀의 가난/손택수

소리 쪽으로 기우는 일이 잦다 감각이 흐릿해지니 마음이 골똘해져서 나이가 들면서 왜 목청이 높아지는가 했더니 어머니 음식맛이 왜 짜지는가 했더니 뭔가 흐려지고 있는 거구나 애초엔 소리였겠으나 내게로 오는 사이 소리가 되지 못한 것들 되묻지 않으려고 상대방의 표정과 눈빛에 집중을 한다 너무 일찍 온 귀의 가난으로 내가 조금은 자상해졌다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손택수 시집에서 (쉽고도 호흡이 너무 좋아서 보내 봅니다)

시 글 2022.11.28

*있는지 없는지

*있는지 없는지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연말이 연말 낯빛 좀 보세 친구들 그리운 긴 답을 이끌어 내는 민주화는 인내이다 19(2) 20(2) 21(1) 22(3) 11월 가락동 수산시장 낙찰은 22(3) 손바닥에 쥐어졌다 손자에게 말을 보낸다 욱이는 누구지 할아버지 할머니 손자 아무도 없고 욱이만 이 세상에 있으면 누구지 ~~무릎에 고개를 묻고는 '모올라' 울고 있다 아무도 없는 세상은 울음이었다를 배웠다 손자에게서 태양이 뿌려 자전하는 하루 어둔 밤은 죽음의 영혼들 눈만 깜박인다 잘 가~ 건강히 다시 만나자 뒷칸으로 들어갔다 앞칸으로 나온 지하철 뒤로 내빼는 그림자들 낙찰된 손바닥이 빈 손으 로 돌아왔다 연말에 다녀왔니

카테고리 없음 2022.11.24

존재가 귀해졌기 때문입니다

*존재가 귀해졌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바라보는 느낌을 받았을 때 나를 영혼의 한쪽이 머리 뒷 켠에 멈춰 서 어머니 생각에서 돌아온 것처럼 가지고 왔습니다 당신의 허파 한쪽에 다녀온 듯한 창이 퍼덕였습니다 붓끝 굶주림을 띄우려 해도 나지 않는 숙연함은 처음이 깨어질까 말림 때문만 아닐 겁니다 그 애잔 떠 심장에 심어 살아나게 싶어서입니다 그리워했을 따뜻해했을 삶을 다독일 은밀한 운치의 시선이었기에 기도합니다 당신, 남은 허파에 보낼 허기진 기별을 세상은 참 갸륵도 합니다 짧은 순간이 움직여 내는 파고가 오랫동안 당신을 기억할 내 존재가 귀해졌기 때문입니다

시 글 2022.11.21

빈 곳

늘 빈 곳을 차지한 긴 발화 말복 밭 골 찬바람 부채이었고 언덕 이마에 서릿발 한 줌 뿌려 준 누군가 널 부르면 먼 곳 한참 비켜보던 바람 초가집 뒷뜰 한켠에 서 있던 개망초 또 누군가의 가장 비천한 존재로 덪을 씌운, 인간을 사랑하는 가슴 브로찌 계절이 소멸되지 못함은 되지 않는 이름 붙인 손을 떠난 바람 때문, 겨울도 지탱하는 나무가 못 되어 한을 여름내내 풀고 살았는지 모릅니다 빈 자리 찾아 나선 행선은 또 어느 시인의 뜸질 메꾸시려고 차림 하셨는지요

시 글 2022.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