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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멈춤

마음의행로 2023. 8. 3. 01:54


자유로운 멈춤
            곽 우천

지금 난
나의 시체를 운반하는 걸 본다
집에서 병원으로 병원에서 불바다로
시공간을 잊은 공간
부모 형제의 개념 자체가 없는
슬픔도 기쁨도 없는 무의미와 의미가 무의미한 곳
내가  어디로 놓이고 가고 있는지 볼 뿐이다
나를 이렇게 보기는 처음도 마지막도 아니다
그냥 미라인 상태이다
잠이 아닌 멈춤으로
과거도 현재도 미래의 시간이 내 몸에 가두어져 있다
불의 시간이 지나도 어떤 형태의
변화는 없다
미라를 만드는 이유가 시간의 가둠이었는가
영원을 만드는 기술
무감각 나가고 들어 옴이 없는 보존
쇳덩이가 붉게 달구어졌다가 식은
지금부터
난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다
어디에 있음은 무의미하다
어둠이 하나인 것처럼
이곳저곳은 없다
우주의 시작이 여기이고 끝이 여기이다
여기에 모두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살아있음도 죽어 있음도 아니다
그냥 그대로일 뿐
어떤 지식과 지혜도 닿지 않는
종교적 야망은 더더욱 없는
종말도 아니요 시작도 아니요
자유로운 멈춤에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