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사려(思慮) - 사려(思慮) - 자네가 땅이라면 하늘 일은 몰라도 되겠네만 자네가 하늘이라면 땅의 일도 알아야 할 걸세 자네가 사람이라면 사람 속의 머리 큰 사람이라면 2010.11.5. - 청포 이동윤 - 시 글 2011.05.19
[스크랩] 호박 / 송상욱 호박 / 송상욱 바싹 마른 넝쿨이 전설처럼 지나온 자리에 호박덩이 하나 집 짓고 있다 그 속에 젓니 난 아이들을 키우는 늙은 할머니가 살고 계신다 시 글 2011.05.19
[스크랩] 생의 한 저녁 / 조행자 생의 한 저녁 / 조행자 말하지 않아도 되는 날은 말하지 않았다 그것이 편했다 그랬더니 사람들은 나를 죽은 사람으로 생각했다 그들의 생각이 그럴 수 있다에 머물렀을 때 난 그저 씩 웃으며 마음을 지웠다 어두운 대기 속으로 몸을 감추는 들꽃길을 따라가며 내 생존의 자리는 어디인가란 생각보다 .. 시 글 2011.05.06
산이 날 에워싸고 산이 날 에워싸고 산이 날 에워싸고 씨나 뿌리며 살아라 한다 밭이나 갈며 살아라 한다 어느 짧은 산자락에 집을 모아 아들 낳고 딸 낳고 흙담 안팎에 호박 심고 들찔레처럼 살아라 한다 쑥대밭처럼 살아라 한다 산이 날 에워싸고 그믐달처럼 사위어지는 목숨 그믐달처럼 살아라 한다 그믐달처럼 살아.. 시 글 2010.06.19
오래 전에 죽은 적이 있다/정병근 오래 전에 죽은 적이 있다 나의 前生은 일찍이 끝이 났다 반란의 불길을 가까스로 피해 결사 항전의 칼을 갈 때 힘이 다한 몸의 장렬한 玉碎를 결심할 때 푸른 불똥을 가진 짐승의 시간이 한 순간 내 목숨을 앗아갔다 나는 오래전에 죽은 적이 있다 나는 한 때 나를 옹호하는 걷잡을 수 없는 욕망에 사.. 시 글 2010.06.10
자장가 / 마종기 자장가 / 마종기 어릴 때 어머니가 불러주신 자장가, 그 노래 너무 슬프게만 들려서 자주 나는 어머니 등에 기댄 채 울었다지요. 잠 대신 등에 기대어 울고 있는 아들이 왜 그리 심약한지 걱정이 크셨다지요? 그 슬픈 자장가는 도시 늙지도 않는지 정확하게 기억나는 시든 사연과 음정, 오늘은 나를 겨.. 시 글 2010.06.08
느티나무로 부터 느티나무로 부터-복효근 푸른 수액을 빨며 매미 웃음꽃 피우는 한낮이면 꿈에 젖은 듯 반쯤은 졸고 있는 느티나무 울퉁불퉁 뿌리, 나무의 발등 혹은 발가락이 땅 위로 불거져 나왔다. 군데군데 굳은살에 옹이가 박혔다 먼 길 걸어왔다는 뜻이리라 화급히 바빠야 할 일은 없어서 나도 그 위에 앉아 신발.. 시 글 2010.05.13
장맛-박목월 장맛-박목월 어둑한 얼굴로 어른들은 일만 하고 시무록한 얼굴로 어린것들은 자라지만 종일 햇볕 바른 양지쪽에 장독대만 환했다. 진정 즐거운 것도 없는 구질구질한 살림 진정 고무신짝을 끌며 지루한 하루하루를 어린것들은 보내지만 종일 장독대에는 햇볕만 환했다. 누구는 재미가 나서 사는 건가.. 시 글 2010.05.13
"춘야세우(春夜喜雨)"/두보 好雨知時節,當春乃發生。 隨風潛入夜,潤物細無聲。 野徑云俱黑,江船火獨明。 曉看紅濕處,花重錦官城。 때를 알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달콤한 빗방울이 떨어지는구나 바람 따라 내린 빗방울이 어둠이 내려앉은 대지를 촉촉히 적시네. 들판은 이미 온통 블랙스크린 강가 뱃머리에 등불만 오롯.. 시 글 2010.05.08
이렇게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이렇게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다시 봄이 오고 이렇게 숲이 눈부신 것은 파릇파릇 새잎이 눈뜨기 때문이지 저렇게 언덕이 듬직한 것은 쑥쑥 새싹들이 키 크기 때문이지 다시 봄이 오고 이렇게 도랑물이 생기를 찾는 것은 갓깨어난 올챙이 송사리들이 졸래졸래 물 속에 놀고 있기 때문이지 저렇게 농삿.. 시 글 2010.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