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장맛-박목월

마음의행로 2010. 5. 13. 01:32
                장맛-박목월
 
 
 

어둑한 얼굴로

어른들은 일만 하고

시무록한 얼굴로

어린것들은 자라지만

종일 햇볕 바른 양지쪽에 장독대만 환했다.

 

진정 즐거운 것도 없는

구질구질한 살림

진정 고무신짝을 끌며

지루한 하루하루를 어린것들은 보내지만

종일 장독대에는

햇볕만 환했다.

 

누구는 재미가 나서 사는 건가

누구는 낙을 바라고 사는 건가

살다보니 사는 거지

그렁그렁 사는 거지

그러대로 해마다 장맛은 꿀보다 달다

 

누가 알건데

그렁그렁 사는 대로 살 맛도 씀씀하고

그러저렁 사는 대로 아이들도 쓸모있고

종일 햇볕 바른 장독대에

장맛은 꿀보다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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