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상을 낳아 주신거야 우주가 너에게 무슨 말을 들려 준 적이 있는가 어찌 어찌 살라고 한 적 있었는가 고요와 정적함 어두움과 빛 그리고 소리없이 돌아가는 밤 하늘 외침이 없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가 왜 살아나야 하는지 손 한 번 모으고 어머니는 하늘은 태어나는 생명을 그리도 숙명으로 길으러 했는지.. 시 글 2015.06.22
손자에게 그가 사랑 받은 몸으로 꿈 열리게 때를 만나게 그리고 그의 길은 하늘에 두자 안 되는 것은 아니 됨을 바르고 사랑 가진 눈으로 세상을 사람으로 살도록 해와 달 밤 하늘의 별들 그리고 이 땅 위의 만물들이 다 같은 존재 임을 그가 알도록 하늘, 사람, 자연 모두를 사랑하는 마음 .. 시 글 2015.06.09
징검다리 노인이 징검다리를 놓고 있다. 큰 돌을 하나씩 하나씩 옮겨 놓는다. 바지가랭이를 무릎 위까지 걷어 올리고 허리는 포크레인 처럼 휘었다. 불도져 처럼 열 손가락은 거친 돌을 움켜 쥔다. 하나 놓고 허리 한 번 펴고 그리고 또 맨 앞은 큰 아들 다음은 두 째 아들 그리고 손자 손녀들 해가 .. 시 글 2015.01.10
점심 직장을 나와서 맨 먼저 얻은 직장 높은건지 낮은건지 명함에 전무라고 쓰여 있다. 하는 일은 누군가를 만나 점심 저녁을 하며 주변 이야기, 회사 이야기, 일에 대한 이야기 하루는 오늘은 상관의 갑작스런 점심 주문으로 못나온다는 전화를 받는다. coex 광장 라운지 식당 네모 반듯한 일 .. 시 글 2014.08.07
터미날 9 아난다야, 밤하늘의 별들이 유난히 반짝이는 것을 보니 나도 이제 이 터미널을 떠날 때가 되었구나. 아난다야, 나는 평생토록 병원과 터미널에 쪼그리고 앉아 생을 구경(究竟)하여 왔으니, 나의 경전 또한 그곳에서 펼쳐볼 수 있을 것이다. 아난다야, 슬퍼하지 마라. 이 세상은 만.. 시 글 2011.12.20
문의(文義)마을에 가서/ 고은 문의(文義)마을에 가서/ 고은 겨울 문의(文義)에 가서 보았다. 거기까지 닿은 길이 몇 갈래의 길과 가까스로 만나는 것을. 죽음은 죽음만큼 길이 적막하기를 바란다. 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닫고 길들은 저마다 추운 소백산맥 쪽으로 벋는구나. 그러나 삶은 길에서 돌아가 잠든 .. 시 글 2011.12.13
낙타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 시 글 2011.11.28
부부/함민복 부부 / 함민복 (1962-)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하고 상을 .. 시 글 2011.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