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부부/함민복

마음의행로 2011. 8. 30. 01:02

부부 / 함민복 (1962-)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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