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땅의 족보

마음의행로 2021. 6. 23. 22:50

ㅡㅡㅡ
어머니 그 논은 집사람 앞으로 할래요
그래라
순간 아쉬움이 눈을 떠난다
아내의 고생에 답을 하려고 이름을
작은 땅에 붙였었다
짜구로 땅을 찍어 개간하던 주인과
머리에 밥과 막걸리를 이고 셋참을 가지고 가시던 여인을 사랑한
논은 오늘을 끝으로 주인 계보를
떠나야 한다
박 사법서사가 양쪽에 도장을 찍으라고
내 놓은 서류에 아내가 보인다
그래 찍어요 어서 당신것이잖아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친구들과 들판 놀러갔다가
논을 일구시던 한 여름 뙤약볕의 아버지를 만났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나에게
천아 어서 집으로 가거라 해 떨어지기 전에
해는 중천이었다
아내가 나의 눈치를 살짝 살핀다
잘 했어요
입금 처리까지 다 끝났습니다
서울로 올라오는 열차는 미끌리고 창문에 눈물 흐르고 있었다
아버지가 어떻게 일군 논이었다
여보
부탁이~ 하나 있어
뭐길래 뜸을 들여
거기에서 감사 헌금 좀 하면 어때요
부모님 은혜를 조금이나마 하늘에 돌리고 싶었다
나도 진즉 그리 생각하고 있었어
성의껏 할께
속내는 떨고 있었다
고마워 여보
세금 납부를 하고 나온 새파래진 하늘에
논의 무늬를 가진 새가 선산 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었다
천아 어서 집으로 가거라 해 떨어지기 전에
해는 중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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