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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을 미는 내 그림자

마음의행로 2025. 1. 29. 17:06

정월 초하루
내 그림자가 뒤쫓아와 미는 힘에
밀려 눈 길을 올랐다
익숙한 길이라서 늘 혼자 하던 습관대로 솔가지 두 개를 꺾어
하나는 장인, 장모님께 인사드리고 바로 옆에 계신 둘째 동서께 하나를 놓고 인사드렸다
결혼 전에 이 세상에 계시지 않은 장인, 장모님께는 늘 아쉬움이 남는 고개를 숙여 드린다
작년 추석 때 돌아가신 둘째 동서인지라 그리 시간이 흐르지 않아서 일까 살아계시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여러 이야기를 드리고 나오니 솔가지가 잠깐 바람에 끄덕인다
손을 펴서 이마를 짚어드리고 나오니 정갈해진 공기가 쑥 들어온다 가까이 있던 산새가 찌르찌르 목메이다 간다
조금 내려오면 넷째 동서께서 누워계신다 요즘은 둥근묘가 별로 없다 바람이 사각을 돌아 나가고 있다
내 장난을 가장 많이 받아주신 동서라 장난끼를 좀 부리고 나오니 4월 산 벗꽃 피면 다시 오라고 그때는 소주 한 병 가지고 오라 하신다
서울에서 딱 한 시간 거리,
가기 전 상념을 머리에 매었고 돌아오는 가슴엔 시냇물 한 줄기가 시원하게 흘렀다
산소란 그런 곳 늘 짐을 내려 놓게 되는 종점 같은 곳  
머리가 맑은 초하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