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상에 뜻이 들어가고 모양이 바꾸면서 문자가 되고 말이 되기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또 입이 흉내를 따라 반복하면서 엄마의 말을 배우듯 형상에서 문자로 다시 말이 되기까지 역사는 힘든 것이었을 것이리라
어찌 보면 문자보다 말이 먼저였을 거란 생각이 든 것은 나자마자 말은 우는 형태로 시작하여 뜻을 표현코자 손발 몸짓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기록하기 위해 형상에서 문자를 뽑아내었고
비 정형 말과 연합하여 체계를 갖추게 하였을 말의 역사는 쑥돌이 물에 닳아 맨돌이 될 만큼
갈고닦아
내어 보석을 얻어낸 것이리라
돌아기시기 직전 동서의 말이 떠올라 가만히 들여다본 그때를
나를 지금 적어보려고 간단한 걸 복잡하게 끌어내고 있다
심장이 마구 뛰었고 하고자 하나 나오지 않는 말 어떻게 전할까 궁리 끝에 그는
손가락으로 네모를 그리며
쓰는 흉내를 내었다
순간적으로 알아차린 행동은 글을 쓸 수 있는 종이와 펜을 찾아야 한다는 것으로 급히 나를 몰았다
동서 부부가 집을 비우거나 말을 남기고자 할 때 사용했던 비닐로 덮인 판과 펜이 있음을 알고 찾았다
그는 그림을 그렸다 먹을 수 있었던 미음마저 넘어가지 않았고 입이 열리지 않아 말을 전혀 하지를 못했다 펜으로 그림을 겨우 그렸다
네모를 두세 바퀴 그려가며 눈을 깜박이셨다 네모 끝에 긴 선을 하나 뽑아내고 펜을 놓쳤다
해석의 시간이었다 처형과 상의를 했다 역시 함께 살아온 촉은 달랐다
병원에서 주사로 맞았던 영양제를 놓아달라는 뜻일 것이라고 했다
급히 의사에게 전달해 영양제를 혈관에 꽂았다
그리고 다물어진 입에서 꿈틀거리는 걸 보았다
알아차렸다
고맙다는 마지막 말
그림으로 글을, 눈빛과 얼굴로 어렵게 쓴 말
인간이 표현하고자 하는 가장 원시의 말과 글이었으리라
정신은 뚜렷한데 몸이 먼저 가고 있는 힘이 든,
돌아가시기 두 시간 전 일
판에 그린 그림 한 장과 얼굴에 쓴 마지막 하고픈 말 한마디,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내 속에 상형 문자와 얼굴에 쓴 언어 둘을 남겨 주셨다
감동이 오갔던, 잊지 못할 내가 가지고 가야 할 그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