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 6

3월의 산란

집은 반듯이 세워야 흔들거리지 않지 중력은 위에서 아래로 끌어오는 거라 믿으며 바람은 흩어지기를 좋아해 떠오르기도 하고 기울기도 해서 수직을 거부합니다 까치집이 그랬다 서까래도 기둥도 빗살무늬 사선이다 저토록 밉게 보였으면 사방에서 화살을 맞았을까 괜한 험담에 화살이 돌아오는 건 아닐지 내게 어떤 바람은 지진을 체크하다 악물고 견디는 촘촘함에 돌아갔고 세찬 소나기 한 차례 어깃장 대 보지만 둘려진 바늘침에 찔려 도망한다 발톱 발로 기어오른 들 고양이 날렵에 가지엔 빈집이 하늘에 숭숭 높이를 삭히고 있다 미끈한 콘크리트 기둥 가지에 둥지를 틀다가 어느 2월 토막 전선 몇 가닥 물고 와 대들보를 쳤다나 섬광이 터지고 암흑 세상을 부른 정전은 사냥꾼 산탄총에 몇 천 원의 목숨이 되었고 그날 이후 집은 집은 다..

시 글 2024.02.21

졸음을 다듬다

봄에 연락하려고 지어야 했거든요 몇 날 밤을 소식은 어둠에서부터 나올 것 같아서, 버젓이 거짓을 깔고 덤비는 껍질이 있어 보인 빛 캤는데요 도톰한 뿌리는 돌의 겨울을 견디어 내고 다발성 뿌리는 말이 얇아 미뤄뒀지요 한쪽 겨울은 잎을 삭혀 버렸겠는데 파랗게 살려둔 이유를, 아이가 감기에 잘 튼다는 소문과 연결 지으려는 이 작은 감정을 이기지 못했어요 고니는 수면의 봄을 날고자 시베리아 날개를 펴고 이륙을 도움닫기 하고 있는 하얀빛들 겨울을 떠나보내지 못한 산그림자 아래쪽 죽지 냉이가 앉아 여직은 살짝 졸고 있어요 햇살 비늘 껴 입으려 노부부의 여러 겹 걸음들 가볍고 가자미 연처럼 버드나무에 걸린 날이 살랑해 강둑 이른 봄을 다듬어 먼저 가지고 온 경안천

시 글 2024.02.13

지금 옛 사람

그분은 옛날 산 적이 있었던 산 적이 없는 사람으로 지금 와 있는 옛사람이었습니다 폭넓은 선이 끄는 백의를 내려 자락으로 끌고 들어와 눈, 코, 입 얼굴이 모자에 바르게 열을 짓고 귀를 세웠어요 예의 향을 태우는 숨 죽인 한참은 한눈에 조선이 살아 돌아온 순간, 한 모금 침이 꼴깍 선릉을 열었습니다 네 번의 허리 꺾임보다 땅을 짚은 엎드림은 과거만큼 길고 깊었고 맑은술로 향을 음미하는 대왕의 작이 입술에 적실 때 오백 년 내려쓴 종묘사직이 여직 아침의 나라를 잇는 게 보였지요 옛 사람 앞에 서면 왜 누가 바뀌어져 나올까요 12월 9일 내년ᆢ또 그는 이 씨요 조선이요 옛 모자, 지금 사람이 될 것이라고

시 글 2024.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