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은 옛날 산 적이 있었던
산 적이 없는 사람으로
지금 와 있는 옛사람이었습니다
폭넓은 선이 끄는 백의를 내려
자락으로 끌고 들어와
눈, 코, 입 얼굴이 모자에 바르게 열을 짓고
귀를 세웠어요
예의 향을 태우는 숨 죽인 한참은
한눈에 조선이 살아 돌아온 순간,
한 모금 침이 꼴깍 선릉을 열었습니다
네 번의 허리 꺾임보다
땅을 짚은 엎드림은 과거만큼 길고 깊었고
맑은술로
향을 음미하는 대왕의 작이 입술에 적실 때
오백 년 내려쓴 종묘사직이 여직 아침의 나라를 잇는 게 보였지요
옛 사람 앞에 서면 왜 누가 바뀌어져 나올까요
12월 9일 내년ᆢ또
그는 이 씨요 조선이요
옛 모자,
지금 사람이 될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