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졸음을 다듬다

마음의행로 2024. 2. 13. 11:34

봄에 연락하려고
지어야 했거든요 몇 날 밤을
소식은 어둠에서부터 나올 것 같아서,
버젓이 거짓을 깔고 덤비는 껍질이 있어 보인 빛

캤는데요
도톰한 뿌리는 돌의 겨울을 견디어 내고
다발성 뿌리는 말이 얇아 미뤄뒀지요

한쪽 겨울은 잎을 삭혀 버렸겠는데
파랗게 살려둔 이유를,
아이가 감기에 잘 튼다는 소문과 연결 지으려는
이 작은 감정을 이기지 못했어요

고니는 수면의 봄을 날고자 시베리아 날개를 펴고
이륙을 도움닫기 하고 있는 하얀빛들
겨울을 떠나보내지 못한 산그림자 아래쪽
죽지 냉이가 앉아 여직은 살짝 졸고 있어요

햇살 비늘 껴 입으려
노부부의 여러 겹 걸음들 가볍고
가자미 연처럼 버드나무에 걸린
날이 살랑해 강둑

이른 봄을 다듬어 먼저 가지고 온
경안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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