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259

말랑말랑

가끔 거울을 유심히 본다 늙어감을 자로 재어보는 나를 보는 것이었다 판단이 잘 가지 않을뿐더러 젊다고 여기고 있다 확인이라도 하는 듯 지하철 층층대를 가벼운 듯 뛰어올랐다 거봐 젊잖아 내가 내게 답을 하고 있었다 사진을 좋아했던 나 이어서 변천사를 본다 그제야 나를 보게 된다, 현실을 그래도 아직 쓸만하구나 하며 돌아본다 어느 때부터인가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질 않았다 그러고 나서 살이 엄청 빠졌다 몸이 가벼워지니 조깅이 가능해졌다 300m도 헉헉댔던 시간이 이제 3km를 뛰고 있다 너무 상쾌했다 한편 얼굴은 쭈그러졌다 아프냐고 어디 물어들 본다 부드럽지 않다고 유연하지 않다고, 깔깔해졌다고 의사는 말한다 무조건 60kg까지 올리세요 그리고 유지하세요 아프시면 다시 일어서기가 힘드십니다 모임이 많았..

살며 생각하며 2024.01.08

블로그 여행

빈틈을 내어 블로그를 둘러본다 마다마다 행적들이 들어가 있다 일상이고 삶이고 길이다 사실이고 진솔하게 누구에게 편히 전하지 못하는 이야기까지 마음 한 구석을 이리 쉽게 전해 보게 되는 시스템, 자기표현을 전달해 보고 싶은 바람을 구현해 주는 인터넷 그리고 사이트들 고마운 세상에 살고 있다 어느 곳에서는 상처와 한 편은 위로를 받는다 나를 들어내 놓은 대가로 보면 편하다 자연처럼, 사는 의미나 존재를 그냥 두고 살지 못하고 존재를 드러내야만 하는 남기려는 사람들 어떤 이유가 있을까 그동안 살아왔던 흔적을 거의 다 지워버린 지금, 공백 상태에서 고목에 새로운 가지 하나를 피우려고 하는 지금을 보며 어떤 것을 하려고 이러하지 자문해 본다 산다는 게 뭘까 뭘 남겨 두고 싶다는 걸까 나무처럼 살다 가면 될 터인데..

살며 생각하며 2023.12.24

공원 의자

공원 긴 의자 한쪽을 비웠다 한 까치가 앉을까 망설이다가 앉아도 될까요 그럼은요 옆으로 몸을 더 옮겨준다 미안하지 않게 마치 내 영역이 아니라는 듯 잠깐 앉았다가 떠나가는 뒷이 서운하다 말이 없거나 하지 않아도 좋은데 뭐가 불편했을까 의자처럼 종일 혼자 말 않고 있고 싶은 걸까 지구 하나를 혼자 들어야 할 사유라도 있는지 그 뜻을 존중하고 싶다 차라리 내가 비워줄 걸

살며 생각하며 2023.10.08

복권 타는 날

이발소가 나를 찾는다 옆머리 더울 때는 바짝 올려 깍아 주겠다 한다 스포츠머리는 아니지만 올만에 젊은 오빠가 되었다 바나나 주스 두 컵이 마중 나왔다 딸하고 손자를 만나려면 달콤한 남쪽이야기가 필요하다고 길고 둥근 즐거운 날 복권 타는 날 메시지가 귀로 눈으로 가슴으로 들어온다 이릴 땐 좋은 소식이다 감각 기관 서너 개를 동시에 울린다는 건 슬픔보다 기쁠 때이다 XX은행 컴퓨터가 전수 조사를 끝낸 후 오늘 오면 이자를 더 주겠다고 제시 한 금리가 작년 3 배인데도 배가 고팠다 간사한 속내 숨기고 기꺼이 챙기고 왔다 나를 찾는 사물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살만한 오늘처럼 내일이 되면 또 오늘 남은 시간 이렇게 무작위 하게 끌어다 붙인 문장이 '속없는 녀석'하며 재미있어한다

살며 생각하며 2023.06.22

채우거나 메꾸거나

그만큼 한 줄기의 물 폭포의 이음이라도 되는 듯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 나무의 뿌리 사이 돌멩이 비켜선 사이를 지나고 풀뿌리에 머금을 한 방울 물 땅 속 습기를 뽑아내 가지에 모으고 줄기로 모아 수도관 같은 약수로 내리는 땅 속 물줄기를 헤아려 본다 나무의자를 찾은 목 축이러 나온 모기 대 여섯 마리가 덤벼든다 날렵하게 두 마리를 잡아 내었더니 방금 약수 떠낸 빈자리를 메우듯 두 마리 어디서 왔는지 도로 대 여섯 마리로 불어났다 누구에게나 공간이란 생명의 영역인가 보다 이놈들은 빨간 자기 뱃속까지 채우러 온 녀석들이다 물은 자꾸만 아래로 내려가 채우는 걸 보면 입으로 내놓는 트림과 항문을 뚫고 나온 방귀는 우주를 채우는 방식이 다르다 약수터에도 빈 곳이 있어 까치 까마귀 알아차리고 울음 토해 숲 빈 곳을 ..

살며 생각하며 2023.06.18

순식 간에 사람이 지구에서 사라진다면

이는 천지 창조 이 전부터 일이다 가설 1 누군가가 신을 만들었다 누군가는 신은 아니다 (신을 신이 만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 둘의 신을 인정하지 않았다 가설 2 누군가는 신을 다스릴 주문을 가졌다 신이 죽을 수 없게 했다 심심하는 걸 못 참게 했다 뭐든 만들 수 있게 했다 신은 자연을 만들었다 보기에 좋았다 심심했다 사람을 만들었다 하나가 심심해서 하나를 더 만들되 나무에게서 지혜를 얻는다 가지 하나를 분질러 다른 나무를 만들 듯 갈비뼈를 꺼내 다른 사람을 만들고 꽃에게서 암 수로 씨앗을 만들 듯 자식을 만들게 했다 또 하나는 수꽃 없이도 꽃이 피고 열매 맺는 나무 같이 남자 없이 아이를 낳는 기회도 주었다 병과 약을 주었다(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사람에게 능력을 주고 누리라고 했다 그 사람만이 신..

살며 생각하며 2023.04.19

더 큰 세상

010과 10의 차이란? 누구는 010은 있을 수 없다고 자연수가 아닌 숫자 표기가 가능하느냐고 투덜대지만 속으로는 다른 의미가 있을까봐 걱정하는 눈치다 너무 당연한 숫자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0 도 당연한 숫자인데 앞으로 나와 있다고 이상하게 보는 시각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두 가지 생각을 넘어서야 한다고 누가 말한다 아나로그에서 벗어나세요 빨리 비행기에 오르세요 떠나기 전에 해외여행 하고 외친다 모두를 떠나서 숫자 앞에 0 을 붙인다는 생각이 가상스럽고 아름답고 세상을 부드럽게 뇌를 말랑하게 하는 일이라는 것이어서 발상이 멋지다고 이야기 한다 없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없다 그리고 없어야 한다는 게 진리이다 라고 한다면 지금도 이상한 숫자라고 말을 할까 사람이라고 말을 할까 세상은 변하고 변해서 바뀌고..

살며 생각하며 2022.10.28

유언아닌 유언

ㅡㅡㅡ 어제였다 형님 창경궁을 매일 드나들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귀티입니다 네 개의 다리가 절음 절음 겨우 기우뚱하다 정조께서 나오셔서 오늘의 궁궐을 돌아보시고 덕담을 하신다 현대인들에게 둥그렇게 둘러 싸여서 진달래 매화 개나리가 튀밥 터지듯 터져나왔다 구름꽃들도 연인되어 가족이 되어 사진을 찍고 매향나는 한복으로 갈아입었다 한 달에 한 번정도 찾는 손위 동서의 전화를 받고 보고 싶다고 하신다 집에까지 모셔 드리고 잠간 나눌 이야기를 하신다 작년에 절반도 못하게 걸음이 줄어드셨다 윤기 있던 얼굴에는 노년의 냄새가 짙어지셨다 시골에 명당 자리를 잡아 두었는데 그리로 가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나를 포기하고 서울 근교에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곳으로 정해야겠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것 같은 느낌이 확 다..

살며 생각하며 2022.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