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큰 산맥

마음의행로 2016. 10. 31. 02:18

 

꿈도 많은 여인이었을 겁니다

낭만도 있고

사교도 있고

시와 노래와

달과 별들과 노래를

아름다운 집에 잘 가꾼 정원

평온하고 따뜻한 가정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면서

긴 여행을 곱게 하고자 했을 겁니다

아이들은 예쁘게 자라

제 특성에 맞게 길을 찾아가고.....

결혼이라는 길에 들어서서

누구나와 비슷한 가정적인 현실에

꿈의 영역은 점점 좁아져 가고

남자와 아이들의 부딪힘에 얽혀

천천히 본인을 잃어가고 있었을 겁니다

나중에 이런 걸림돌 같은 수 많은 일들이

쌓이고 쌓여서

큰 산맥을 이루리라는 건

생각지도 못했을 겁니다

10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습니다

아이들도 세대의 변화에 따르고

생각과 행동이 이해되지 않게 바뀌고

가정의 모습도 초가집에서 기와집으로

아파트로 변해 오순도순 둥글게 살다가

반듯하고 처마에 기세가 들고

네모지고 빤듯한 각진 생활로 변하니

아이들의 모습도 신세계 흐름으로 되어지고

지금만이 아닌 나중 병들고 악해지고

애들 시집 다 보내고 하는 뒷 감당할 힘을

모아놓기 까지

여자는

아끼고 절약하고 모으고 쪼개고 분할 하고

부업하여

오늘을 만들어 냈을 겁니다

다 못 살던 시절이라

고통은 이웃과 서로 나누다 보니

작아졌을지도 모릅니다

가정이나 나라의 부의 세계는 크게 변하고

격차는 커지고 그 틈 바구니에서

살아남아 미래를 보통은 되도록

준비하고 마련하는데

적잖은 힘이 들었을 겁니다

남자는 퇴직을 하고 사회 본 바닥부터

익히고 공부하고 돌아보지 못 했던

가정사에 접하고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며 살게되니

세월은 많이 자나갔을 겁니다

여인의 들판은 어릴적 쑥 캐고 달래 캐고

보리밭에 뛰놀다가

호미들고 소쿠리 들고

밭갈고 풀 메고 거름 주고 물 주고

시절따라 곡식 바꾸어 일구고 알곡 털어

팔아 손발 다 무드러지고

연지곤지 찍던 얼굴 짜잘한 주름 잡혀

할미되어 힌 머리 속속 올라와

반 백으로 돌아보니

외로움과 한과 서러움에

무상키만 하고

아직도 시집 안가고 잘났다고 우기는

애들 볶아봐야 늘 혼자만 속상하고

부족한 것 같고 못나 보이고

자신이 독도만치나 뚝 떨어져

이야기할 상대도 마땅치 못하고,

했다 한들 시원한 건 없고

도로 그 말

채바퀴 돌아나오고

늙어짐도 빨리가서 묘자리 어떻게 할건지

할배와 그나마 상의하고

이거다 저거다 하다가 뜻 맞아 정해 놓도록

40 이 넘는 늙은 처녀 귀신들은

행여

애미 세월, 들판은 넘겨다 보기라도

해 볼까?

영원히 살아계실 어머니인데

립스틱 젊은 색 사다 주면

예쁘게 바르고 돌아가시지도 않고 사실거고

지금도 지네 할일이 뭔지도 모르고

애가되어 말 장난같은 트집은

왜 그리 고집스럽게도 많은지

그래도 시집 밑천 통장속에 넣어 두고

행여 올해라도 가려나

아무 때나 찾아 쓰는

보통 예금통장 만들어 꺼내 보고

엄마 가진 것 적으니 앞길 알아서들 가라면서

너 혼자 살면 세상 사람 천대 받는다고,

직장은 여자 나이 45 세이면 거의 끝이 나고

일자리는 한없이 있는게 아니라고

시집가서 같이 살면 노후가 좋다고

어떡하든 시집 보낼 연구에 스트례스

폭발하니

젊은 시절 왜 이리 살아왔나

후회되고 속상해서 눈물나고 억울하고

그래도 자기에게는 쓰지 않고

남겼다가 주겠다고

그게 마지막 길이요 책임이요

바램이요

자식에게 효도하는 길이라고...

영감이 어느날

우리가 변해야 자식이 변한다면서

가고 싶은데 가고, 하고 싶은 것 하고

쓰고 싶은데 쓰고, 살자 하는데

우리 애들이 우리없는 날에

세상 따뜻한 마음 가지고 살게 하고 싶다고

남 모르는 소리 한다고

투박을 주었을 겁니다

남자는 큰 산맥을 보았습니다

허리 튼튼하고 쭉 뻗어 내려

움직이지 않아도 살아 있고

세상사 헤아리고 문제 넉넉히 풀어내고

말하지 않아도 바람 구름와서 자고 쉬어가고

지금 자리에서 죽어도

밑거름 퇴비 되어줄 큰 산맥을

오늘

보았습니다

나이들어 자식한테 억매이지 말고

부지런히 본인들 위해 살다 가야 한다고

세상 좋은 말 수도 없이 방송에서 들었고

그럴듯 하고 맞는 말이지만

생의 길, 맞춤은 없는 것이고

자기 기준만 가지고 산다면

내가 생각하는 대로 사는 것이

맞는 길이요 삶이 될거라고

이게 인생이 될거라고

여인은 이미 뜻을 정해 놓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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