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등산의 아침

마음의행로 2016. 9. 15. 00:50

 

무슨 일이 그리도 많은지

어서하고 나오지 않고서...

나는 마음이 벌써 산으로 가고 있다

모처럼 아내와 함께 등산을 가기로 했다

내가 하는 일이야 뭐가 있을까

일어나자 마자 세수하고 짊어지고 갈

배낭 준비하고 들어갈 짐 좀 챙겨 놓고

아내가 만든 반찬과 밥 과일 물 들어갈

입구를 크게 입 벌려 놓고 옷 갈아 입고

소파에 앉았다

아내가 거의 부엌 일이 끝나가는 모양이다

가방에 들어간 짐을 세어보며 빠진 게 없나 본다

등산화를 신고 배낭을 메고 일어섰다

아내는 마지막 화장실을 간 모양이다

현관문을 절반 열어 절반은 나가고 절반은 잡고

아내를 기다린다

여보 어서 나와

아내는 말이 없다

어느 사이에 얼굴에 화장품 바를 시간도 조차 없었다

좀 빨리하지 않고 지금에야 하는지?

좀 못 마땅했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 얼굴이 희뿌듯한 모습으로

현관쪽으로 아내가 나온다

화장품을 빠르게 바른 모습이었다

아내 신발이라도 그 빈 시간에 챙겨 놓았으면

좋았으련만 멍하니 서 있는 나를 보더니

신발장 문을 열고 꽃발로 서서 등산화를

꺼낸다

.................

세상이 바뀌고 세월이 많이 흘렀다

손자도 보게 되고 노령에 들어서 아내를 발견하고

내가 스스로 아내 자리를 빼앗아서 그 자리에 섰다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지금은 세탁기가 하지만

밥도 짓고 설겆이도 도 맡아서 하고

시장도 가고 찬거리도 아내 주문을 따라서 사고

챙겨 준 책보 가방에 넣어서 어께 늘어 뜨리며

가지고 오고

정말 부끄럼이라고는 전혀 없이

그리하고 지내오고 있다

여보 어서 나와

아내가 현관문을 절반을 열고 몸이 절반이

나가 있으면서 하는 말이었다

나는 그 때 화장실에 가 있었다

남자는 여자보다는 모든게 편하지

그래도 할 일이 많다

아내가 챙겨 놓은 등산 배낭을 챙겨 들고

마지막 챙길 깨스 잠금을 확인하는 일

다시 한 번 돌아보아 확인하고

등산화를 찾는다

제일 위쪽 칸에 반드시 꼿꼿이 자리 잡고 있다

손을 뻗혀 신발을 잡았다

그리고는 잠간 멍하니 서 있었다

뭐해 꺼내지 않고 어서 나와

아내의 독촉이다

순간

아내의 한 세상이 거꾸로 흘러가고 있었다

눈에 핑 도는 눈물을 느껐다

그제야 내 과거의 모습이 보였다

그 비어 있던 시간에 아내 신발하나

꺼내 줄줄도 몰랐던

나를 이 아침에 발견했다

응 그래 어서 갑시다

얼버부리면서 신발끈을 묶었다

여보 미안하우

생각이 짧았던 아니 없었던

지난 철부지 같았던 나와

오래 오래 참고 이 나이 까지 살아준

당신께 미안하우

그리고 고맙습니다

내가 더 잘하리다

입을 꾸욱 다물고 걸음을 가볍게 하고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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