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네가 산이 되거라

마음의행로 2016. 4. 21. 05:21

어머니의 가슴은 풍성했다

자식을 몇이나 키우고도 남았다

산 봉우리처럼,

짐승이 지다니고 새들이 날개를 폈다

오만 식물 다 키우고

큰 소나무들을 쑥쑥 자라게 했다

그 앞에

바람도 겸손하여 졌다

구름은 부드러워야만 했다

그에게 푹 빠져 있는 바위는

이런 품에서 자랐다

바로의 꿈처럼

풍년의 해가 지나고

기근이 들면서

산에 나무도 새도 구름도

하나씩 떠나고

그의 몸은 점점 약해져만 간다

생수 마져 마르고

푸르던 가슴은 빛을 잃고

쪼그라든 풍선을 느끼게 했다

그의 가슴은 점점 황량하여 가지만

가난해도 도둑맞을 물건은 있다듯이

그에게 엉겨 붙은 바위들은 거머리처럼

엉겨 붙어 남은 양분을 빨아들이고

스스로

산을 지키고 있다고 자부하는듯 하고

품을 떠나기가 쉽지 않지만 떠나서도 안된다고

자평하는 모양이시란다

그게 가장 편한 삶의 모양이니

누군들 박차고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었겠니

마지막 화마가 지나가고서야

잠시 산등성이를 바라보겠지

밥해주겠다 청소해 주겠다 재워 주겠다

빨래 도와 주겠다

맛 있는 반찬에 가끔 건강 식단에.......

노루 멧돼지 꿩 머루 다래 도라지 산삼

다 꺼내어 먹고 개울 물도 약수로

내어 팔았고

마지막 남은 산 등성이 몸둥아리

허물어 지고 할퀴고 벌어지고 말라버려

젖 한방울 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가슴

70을 맞은들 그 이상이 된들

바위는 진드기처럼 젖가슴에 붙어 남은 진액을

빨아들일 것이다

독립이 무슨 말인지 자립이 무슨 뜻인지,

왜 산을 떠나야 산이 된다는 것을 모르는지

그 산을 벗어나야

다시 숲이 차고 짐승과 산새가 든다는 것을

구름이 머물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

생명은 일어서고 계곡의 물은 흐르고

싱그러운 분향이 산하를 쌓을터,

네 귀는 막혔고

눈은 봉사의 길을 걷고

입은 말라버린 계곡에서 우유를 찾는구나

두 바위야

마른 젖꼭지에,

물 한 바울 없는 샘에 파이프를 박은들

어디에서 물이 나올꼬

네가 스스로 산을 만들어라

너를 찾는이들 줄을 서고

스스로 웅덩이를 파거라

고기들이 저절로 가득 차질테니

혼자 못하면 걸죽한 바위 하나 옆에 두거라

이제

너에게 줄건

이 바삭하고 마른 몸둥아리 뿐일러라

아직도 새벽부터 저녁까지 기도하는

영혼이

석양에 멍하니 서 있단다

하늘의 뜻이겠느니

세상의 흐름이겠느니

네 부모의 복이 이것이라 아니하겠느냐

어서

네가 산이 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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