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3월의 산란

마음의행로 2024. 2. 21. 23:32

집은 반듯이 세워야 흔들거리지 않지
중력은 위에서 아래로 끌어오는 거라 믿으며
바람은 흩어지기를 좋아해 떠오르기도 하고 기울기도 해서
수직을 거부합니다

까치집이 그랬다
서까래도 기둥도 빗살무늬 사선이다
저토록 밉게 보였으면 사방에서 화살을 맞았을까 괜한 험담에
화살이 돌아오는 건 아닐지 내게


어떤 바람은 지진을 체크하다 악물고 견디는 촘촘함에 돌아갔고
세찬 소나기 한 차례 어깃장 대 보지만
둘려진 바늘침에 찔려 도망한다

발톱 발로 기어오른 들 고양이 날렵에
가지엔 빈집이 하늘에 숭숭 높이를 삭히고 있다

미끈한 콘크리트 기둥 가지에 둥지를 틀다가
어느 2월 토막 전선 몇 가닥 물고 와
대들보를 쳤다나

섬광이 터지고 암흑 세상을 부른 정전은
사냥꾼 산탄총에 몇 천 원의 목숨이 되었고
그날 이후 집은 집은 다 철거를 맞았지
헐 뜯긴 자리, 다급해진 자궁이 흘려버린 3월의 무게들
달라했어요 산란할 중력을 신에게
있었어요 현장에
'같이 집 짓고 살아갑시다' 신 공생을 포스팅하는 전주의 친화 싸인

댓가였을까 얼마 큼의
전주에 아침
까치들 꽁지를 까닥, 새 봄 인사를 해 오고 있다

'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는 어떻게 와  (0) 2024.03.09
불티  (0) 2024.02.28
졸음을 다듬다  (0) 2024.02.13
지금 옛 사람  (0) 2024.02.11
달빛  (0) 2024.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