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를 갔다 그냥 돌아와 답을 하지 않은 채
얼굴만 만지는 빈방처럼
먼저 퇴직한 친구가 좀 보자고
초봄 찻잎 얼굴을 가지고 왔다
간을 토끼의 주머니에 넣어 살고 있다고 했던
말하는 그는 이 세상에 없어 보이는 사람 같았다
어느 경전도 따라잡지 못한 번짐 없는 입,
짐이라고는 하나도 없어보이는 어깨
색이 없는 말에는 끌어당기는 힘이
방안 가득했다
부탁도 청도 아닌 과거들이 나열 앞에 따습게들 모여들었고
그가 남기고 간 공간은 생의 시작과 끝
어디쯤이라기보다는 갚을 수 없는 빈 자유로움이었을까
서로 잡아당기는 이해는 같은 것이라도
느낌의 차가 한이 없다고,
바람이 일어서고 가라앉음도,
밀려오고 쓸려가는 바닷물도 깊음이 물길따라 다르다고
달빛 같은 말을 듣고 있었다
상처의 이쪽과 저쪽 사이를 쉽게 넘을 수 있는 언어는 삶과 죽음이 어렵지 않다고 표정이 되어 말하고 있었다
걸음 뒷쪽을 바라보는
창문 안쪽 2월은 차향 머금은 잔설이 시리게 녹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