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이중 첩자

마음의행로 2019. 7. 29. 14:48

 

일주일에 한 번 할머니 집에서

하루를 보내는 손자,

지난 화요일 재앙을 부려놓았다

엄마한테 비밀이야 말하면 안돼

알았지요?

네!

엄마가 알면 혼낼테니까

절대 말하면 안 뒵니다

아시겠어요?

네에!!

저녁에 메시지가 딸로부터 왔다

'오늘 욱이가 재앙 부린것 다 알았어

말하지 말라는 이야기까지 나 한테 다 말했어'

어이쿠....

며칠 뒤

손자가 전화를 걸어 왔다

좀 심심했나 보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오냐! 우리 손자도 잘 있었어요?

네!

오늘 엄마 아빠 집에 계세요?

네!

뭐하고 놀았어요?

아빠랑 조금 놀았어요

아침은 먹었어요?

네!

뭐하고 먹었어요?

뭐뭐뭐뭐뭐 하고 먹었어요

그런데요 국이 없어 국은 못 먹었어요

딸래미가 밥을 잘 안 먹기에 손자한테

물어보면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를

바로 알 수가 있다

그래서 손자에게 간접적으로 밥 먹었는지

물어 본다

이 집와서 저 집 사정, 저 집가서 이 집 사정

하나 하나 다 말한다

그래서

비밀이란 두 집 사이에서 있을 수 없다

사랑 덩어리 장난 꾸꾸러기

초 1 의 손자가 이중 첩자 같은 역할을 하고 다니기

때문이다

ㅎㅎㅎ

좀 심한 표현이라서 꺼렸지만

이것도

한 가정의 역사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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