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잘가

마음의행로 2019. 8. 7. 14:58

 

할아버지 죽는 것이 뭐예요?

갑작스런 질문에 좀 당황했다

고모 할아버님께서 보훈병원에 오래 입원해 계셨다

아빠랑 거기를 갔다 온 후

자주 고모 할아버치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근처를 지날 때에도, 앰블런스가 소리를 내고

지나갈 때에도 고모할아버지를 물었다

그 고모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돌아기신 것과 죽음어 차이가 뭔지

죽은 후 어디로 가는 건지,

언제 다시 살아나는건지

질문이 마구 쏟아졌다

한 동안 질문에 답을 정성스럽게, 조심스럽게

사실대로 일러 주었다

요즘 매미 소리가 요란하다

대 매미, 매양 매미, 까룽 매미, 유치깍 매미...

매미 소리를 흉내내며 종류를 말해 주었다

어느날 매미 울음 소리를 뒤따라가

한 마리를 잡았다

그리고 날개는 두 개, 다리는 여섯 개, 눈은 두 개,

입은 하나

그리고 몸을 떨며 우는 방법을 이야기 해 주었다

어제는 매미를 잡아달래기에 높은 곳에 있어

잡을 수가 없어서 느티나무 아래에서 죽은

매미를 찾기로 하고 맴돌다가

죽은 대 매미 하나를 주웠다

또 죽음에 대해 열심히 물어 왔다

칠 년을 살다가 열흘을 살고 알을 낳고 죽는다고

그리고는 다시 살아나지 못하고 흙이 된다고

죽음에 대한 관심이 엄청 크다

내가 다섯 살 때 증조 할머님이 돌아가셨다

소낙비가 엄청 내리는 날 온 몸에 비를 맞으며

상여는 산 등성이를 오르고 내려

쏟아지는 비를 천막으로 씌우고

무덤을 팟다

그곳에 증조 할머님을 묻었다

나는 뒤 따라가며 정말 많이 울었다

나도 증조 할머님도 서로 좋아했다

다섯의 기억은 지금도 한 발짝 한 발짝까지

억수로 내리는 비, 산등성이, 웅성이는 인부들,

지나가는 차에서 노자 돈 받는 것,

당골래 아들이 상여 위에서 선창하는 노래 소리

모든걸 기억하고 있다

증조 할머님 얼굴까지도 지금도 기억한다

어쩌면 손자가 나의 유전자를 받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죽음의 이 편과 저 편에 걸친 시간에 대한 거리,

삶과 죽음 사이의 이별에 슬픔

나는 어디로 시작해서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어릴적 유전 세포들이 손자에게 물림을

주었는가 싶다

손자의 손을 떠났다

매미가 하늘로 날아갔다

손자가 엉엉 운다

왜 울지?

할아버지가 잡아 줬는데 놓쳤어...

으음 날아간 매미는 살았을까 죽었을까?

살았어!

그러면 좋은걸까 나쁜걸까?

좋아!

그럼 욱이도 좋아해야 할까 울어야 할까

좋아해야 돼

됐어! 그럼 매미에게 우리 같이 인사 하자

매미야! 잘가 잘 살아!!

손을 함께 흔들어 주었다

손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손을 흔들었을까?

언젠가 할아버지는 200백 살까지 살아 하던

생각을 매미에게 하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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