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내를 따라 전통 재래 시장을 나섰다
바람끝이 제법 살을 파고든다
전통 시장을 가면 늘 생각나는 것은
검정 비닐봉투이다
서민들이 한 봉지 사가지고 들고 다니는 봉지이다
이곳 저곳 다니면서 몇 가지를 사가지고 오다가
귀 밝은 아내는 벌써 자쪽 한 켠 구석에서
물미역을 파는 할머님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가 보다
여보 우리도 저기 가서 물미역을 사다가
오랜 만에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을까?
좋지요
한 아주머님이 물미역을 사고 싶은데
돈은 없고 카드만 있다고 하니
팔고 사고를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할머님이 한 덩이에 3천원하는 물미역을
그냥 아주머니에게 주면서
언제 만나면 그때 주세요 하고 한 덩이를
검정 비닐 봉투에 넣어서 주셨다
아주머니는 당황 스러워서 이래도 되나
싶기도 하고 사고 싶은 마음도 겹쳐서
고맙게 받으면서 못 만날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해요 한다
늘 이곳에서 있으니 만나게 되면 주세요
아주머님이 길을 떠났다가
다시 뒤 돌아 왔다
아무래도 맘에 걸려서 돌아 왔어요 하면서
조그마한 병에 들어 있는 핑크빛 소금을
한 병꺼내면서 이 것 귀한 소금이랍니다
언제 뵐 수 있을지 몰라서 우선 이거라도
드려야 맘이 편할 것 같아서요
하면서 병을 드리고 간다
아이구 못 만나면 어때요
고맙습니다 잘 먹을께요
이걸 아내는 다른 물건을 사면서
좀 떨어져 있었지만 다 듣고 보고 하였는가 보다
그곳에 가서 할머님 한테서 삼천원 짜리
세 덩이를 샀다
할머님이 눈물이 글썽이면서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음을 내 비치신다
이런 곳에서 일하실 분 같지 않으신 느낌이
처음부터 내게 와 닿았었다
할머님과 아주머님의 시장 안에서 생긴
아주 따뜻한 이야기가
어제 하루를 푸근히 적셔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