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죽비소리

마음의행로 2018. 11. 13. 13:24

 

가을은 왜 산 위에서 도시로 내려 오는가

단풍이 도시로 스며들고 있다

단지 안의 단풍이 너무 곱다

마치 아파트를 산으로 착각하는지 모르겠다

그 고은 색과 빛은 어떻게 나오는 것일까

태초에 유전자를 잊지않고 전해 내려와

변함없는 계절과 색갈의 대를 잇고 있다

사람과 같아서 예쁜 단풍잎 색들은

자신을 스스로 비움으로써 우러 나오는 것이기에

땅에 떨어져도 당당하고 예쁘다

그가 절망이나 포기했더라면

누리끼하거나 매말라 허멀적 하여지지 않았을까

가을이 가고 낙엽이 다 되고 나면

매서운 한파 바람이 발가벗은

가지를 회초리로 내리 친다고 해도

그들은 당당하고 넉넉히 죽비소리를

이겨낼 것이다

고등학교 수학여행이 생각난다

기차 여행이었다

담배 피우는 학생들은 신바람이 났다

담임 선생 모르게 다른 칸으로 가서

담배를 즐기고 있었다

한 모금 빨고 창 밖으로 내 밷고 담배는

창 밖으로 걸친 손에 들리어 있었다

담임이 이를 알고 내 자리로 왔다

그리고 창 밖으로 머리를 내 밀고 창문 번호를

적었다

차근 차근 번호에 적힌 학생들의 이름을 적었다

이 번 수학여행에서 담배 피운 사람은

앞으로 나오라

양심적으로 나와 좋은 말로 할 때

수업이 끝나고 담임의 추상 같은 목소리는

교실을 찬 바람으로 갈랐다

맨 먼처 마음 약한 재훈이가 일어나서 나왔다

다음 종열이가 나왔다

나와서는 함께 피운 친구에게 눈치를 준다

너희들도 나와 빨리

조용한 침묵이 흐른다

다시 언명이 떨어진다 나오지 않으면

내가 부른 놈은 별도로 벌을 추가로 내리겠다

슬그머니 하나씩 나왔다

그 중 대빵인 기봉이가 배짱 좋게 나오지 않는다

또 있는데 빨리나와

조용하다

기봉이 너는 왜 안 나와 몇 번째 자리에 순호와

같이 앉아 있었지 그리고 담배 피웠잖아

그제야 겨우 일어서 나왔다

모두 8명이었다

두 사람 당 매를 하나씩 만들어 가지고 온다

매는 1m 이상이어야 하고 대나무나

단단한 나무로 맞을 때 부러지지 않아야 한다

일 주일, 닷새 동안 하루 다섯 대씩

엉덩이에 불이 붙었다

기봉이만 매일 열 대를 맞았다

이 매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하나는 어머님의 사랑

또 하나는 스승의 사랑

교실 구퉁이에 보초를 서 있는 사랑 적힌 매 4개

죽비 소리는 교실에 퍽퍽 소리를 냈다

이 매는 내가 때린 것이 아니다

너희 어머님과 너희 스승이 내린 것이다

알겠나

그 매 매 맞았던 친구들 모두 자알 살고 있다

죽비소리 덕분이 아닐까

나무들도 겨울 매서운 죽비소리를 이겨야

다시 봄을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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