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좋은 인연으로 남도록

마음의행로 2018. 10. 25. 19:46

 

완행 열차를 타고 밤새 달려

새벽녁에 그 역에 도착했다

유리 역 문을 밀고 나오니

눈이 펑펑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나는 이불 보따리 메고 주변을 둘러 보았다

역에서 나오는 형광 불빛과 역앞 서너 개 가게에서

새어나오는 백열등 불핓에 찍혀 내리는 눈을 보며

한참을 서 있었다

어디로 먼저 가야하나

첫 발령지에 나는 첫발을 꿈꾸듯 이렇게 내딛었다

그곳에서 나는 아내를 만났고 가족을 알게 된다

나는 그걸 인연이라 했고

신은 이놈아 그건 내 예정이야 라고 했다

팡세를 읽고 종교를 택했고

헤아릴 수 없는 인연의 고리가 연결되고

끊어지고 연결이 되고 있었다

한양으로 발령날거라는 손금 봐주는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맞게

서울에서 아내와 결혼을 했다

오늘날까지

어떻게 낳았는지 길렀는지 가르쳤는지

애들도 어른이 된 가정을 이루었다

가족이라는 진한 피는 서로의 희생을 감뇌하기를

바래기도 하고 주문도 했다

믿고 따르기도 하고 사랑을 노래하기도 했다

집안을 사랑과 소통의 중심에 두고

콧구멍의 바람처럼 들란 달랑 하면서 살아왔다

젖이 나오지도 않는 젖꼭지에

매어 달린 두 노처녀에 대한 애증

먼저 어른이 된 막내딸에 대한 고마음과 미안함

자식에게 의지하지 않으려 지켜가는

쉬지않는 건강 워킹

자식 몫으로 남겨둔 최소 공배수 경제

이것이면 될까

고개가 흔들어 진다

그들과의 인연의 시작과 끝은 뭘까

인연은 이미 시작이 된지 오래이고

끝을 생각하고 있다

죽음일까 또 다른 시작일까

원하는 것은

끝까지

그들의 바른 아비로 남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아이들과 인연의 끝을 맺고 싶다

 

 

(사진을 어디선가 빌려왔습니다 연락주시면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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