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아버지처럼

마음의행로 2018. 8. 28. 09:03

 

비가 세차게 내린 끝에 걸어

그에게로 갔다

그는 밤새 얼마나 힘들었는지

힌 거품을 푸우 푸 푸우 푸 하며

일정 간격으로 내 뱉었다

마치 고래가 숨을 뿜어 내듯이

길고 길게 들이켰다가 내 뿜고를

천천히 해내고 있었다

배로 숨들이키고 입으로 내 밷는

저 숨법은 복식 호흡이라

너무도 차분하였다

나는 그런 그를 보면서

그가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수없이 한다고 보았다

일정하게 누가 듣던 아니듣던 간에

그는 이야기를 품었다 풀었다 했다

그의 입은 대형 조개 껍질처럼 주름접혔고

입술에는 하얗게 꽃이

매말라져 있었다

한 번은 힌 진달래를 또 한 번은

흰 아카시아를 그리고 힌 개망초 꽃을

입에서 뿜어 내 놓았다

그는 이를 은하수라 했다

모래 밭에

은하의 별들이

무수히

뿌려지고 사라지고

그는 내일도

하늘을 다 들이키고

입이 하얗게 마르도록

은하 밥상을 내 놓을 것이다

아버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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