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커피 한 잔

마음의행로 2018. 2. 28. 19:32

 

 

지하철 노인석 자리이다

참문이 열리자 자리를 찾아 앉았다

일회용 커피 잔을 들고 기도를 하고 계신 분을 보게 된다

잠시 그러시나 보았는데 한참 동안을 두 손으로

커피잔을 안고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계신다

기도 시간이 꽤 길다

커피도 식어갈 참이다

무슨 기도를 간절히 하셨을까?

빵 하나와 스프 한 그릇을 놓고 친구를 위해 기도하는

듀러의 기도하는 그림이 생각났다

커피 한 잔을 들고 기도하시는 모습은

이 세상에서 가장 착하신 할아버님 모습이 아니셨을까

세상 허물을 다 내려 놓으시고 가시는 길에 걸리는

가족 한 사람 한 사람 위해 건강과 복을 비셨을까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감사하는 두 손에 연결된

손가락들이 마치 가족 하나 하나 처럼 느껴졌다

가족에게 주는 것 보다 오히려 둘려 싸여 받은 사랑을

감사하고 계셨다

그 사랑의 체온으로

결코 커피는 결코 식지 않지 않을 것 같았다

이 작은 커피 한 잔으로 가족을 주욱 둘러보게 하고

부족했던 지난 날들을 빠짐 앖이 채워 주셔서

이 때까지 살아오게 하신 신께

감사를 드리고 계시지는 않으셨을까

꽉진 손 안의 기도 제목들은 하나도 묶이지 않고

잔 속의 커피로 녹아 들어 그의 영혼을 적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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