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사랑의 목소리

마음의행로 2018. 2. 12. 23:46

 

작물은 주인의 목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한다

여가서 말하는 목소리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물을 대어 주고 병충해를 막아 주고 잡초를 잡아주고

거름을 부어 주는 일들을 일괄하여 하는 말이라고

보통 생각을 합니다

누구나 쉽게 풀이 할 수 있는 평범한 사실이다

이런 평범은 감흥이 되질 못하거나 귀에 들어오질 않기

십상이다

주택이 죽 늘어선 골목 길을 걷는다

주택과 주택 사이가 좁아 여유가 없어 언듯 보아도

마음이 불편하고 답답하다

그런데 이 사이에 대추나무 한 구루가 서 있다

매년 상당한 열매를 주인에게 돌려주곤 했다

가지가 꺾일 만큼 매달려 있는 것을 도심에서 보고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어느해 이 집주인이 이사를 했다

살림살이를 다 챙겼지만 이 대추나무는 가지고 가지

않았다

어쩐 일인지 새로 누가 입주하지도 않았다

다음 해의 일이다

그토록 많은 대추를 내어 주던 대추 나무에

꽃이 피지를 않더니 열매를 맺지를 않는다

이 대추나무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한 마디씩 했다

왜 대추를 열지 않는가에 대해서

여보 이발소 집도 팔았잖아요

그집 대봉 감나무 유명 하잖아

도시에서 저리 큰 감을 많게도 열어 준다고...

근데 작년에 감이 열리지 않았어

무슨 일이지?

그 많게 열리던 대추나무와 감나무가 열매를

열지 않았다

빈 집으로 놔둔 뒤 일이다

우리 정도의 사람이면 누구나 쉽게 그 답을 안다

두 경우가 공통된 점이 있다

주인이 없이 방치하여 둔 것이다

주인이 거름을 부어줄 자리도 없었고 풀을 뽑아줄

영역도 없었다

그렇다고 물을 별도로 주지도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시절에 따라 열매를 맺어 왔었다

대추나무와 감나무는 외롭게 빈 집을 한 해동안

지키고 있었다

그의 모든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말이다

도시 사람이 섬에가서 기르던 개를

버리고 오는 경우를 매스컴에서 특종으로

방영하는 것을 보았다

그 강이지는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버려진 낮선

섬 어느 도로 한 쪽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주인을 기다리고

주인 차와 모양이 비슷하면 쫓아와 짖다가

물러서곤 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마 대추나무도 감나무도 똑 같은 부르짖음이

있지 않았을까

주인 목소리 하나로 사랑 받은줄 알고 열매를

정성들여 맺어 왔는데

말없이 떠난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며

그의 모든

시청각을 총 동원하여 바짝 마르도록

주인 목소리를 찾지 않았을까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나라에도

주인의 목소리가 없어진다면 어찌되는가를

두 구루의 나무가 이야기를 하여 주고 있다

나에게도 나의 주인이 있다

바로 내가 주인이다

내 주인의 목소리는 뮐까

대추나무가 또 강아지가 받았던 주인의 목소리 처럼

내가 나를 사랑하는 사랑의 목소리 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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