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퇴자 맞은 깍뚜기

마음의행로 2017. 11. 27. 21:30

 

손자 녀석이 할머니 반찬 맛을 알더니

김치도 깍뚜기도 씻어만 주면 잘 먹는다

된장국 미역국도 잘 먹는데 국물 맛 내는데

비밀이 많이 들어 있다

멸치 다시마 디포리 표고 건새우 고추씨를 넣어

국물을 내어 국을 만들면 미원 전혀 없이도

맛있는 국을 끓여 낼 수 있다

여기서 끝이면 다들 똑 같잖아요 할 것이다

한 가지가 더 있다

다 끓인 국에 멸치 액젖을 조금 넣어 끓이면

깊은 국물 맛이 나게 된다

일 주일에 두 번 집에 오면 고기 전복 생선하여

잘 먹여 보낸다

요즘 아이들 밥 잘 안먹고 과자나 인스턴트 식품에

물 들였는데

촌스럽다 할 정도로 할머니 반찬에 익숙해져 있으니

밥 먹는데 편하다

생선의 이름은 물론 신선도까지 알고 고기는 부위까지

읽어낸다

일 주일 전에 깍뚜기를 담아 딸네 집으로 보냈다

손주가 잘 먹으니 정성 가득해서 보냈다

앚그제 깍투기 맛 있어 라고 물었더니 맛 없어 한다

세 번이나 물었는데 손자는 똑 같은 답이다

맛 있었어 라고 좋은 말만 듣다가 맛 없단 이야기를

들으니 섭섭도 했겠지만 거짓을 모르는 아이인지라

확인차

딸에게 깍뚜기 맛 없으면 도로 가져 오겠다고

했더니 조금 밖에 안 먹었단다

집에 가져와서 먹어보니 깍뚜기에 배인 양념 맛은 좋다

무엇이 문제인가

무가 단단하지를 않고 물렀다

말랑하니 무 맛이 그저 그랬다

무를 잘못 샀던 것 같다

아무리 양념을 잘 한다 해도 원 재료가 나쁘면

좋은 찬이 될 수가 없다

손자한테 퇴자 맞은 깍뚜기에 마늘 장아치 넣고

돼지고기 볶음에 김치 콩나물국 건지를 한 군데 넣어

들기름 넣고 비볐다

손주로 인해 좋은 추억 하나 더 생겼다

하지만 이 번 일로

할머니 까뚜기 물렁한 맛을 기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퇴자 맞은 깍뚜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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