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씨와 터

마음의행로 2017. 10. 14. 04:51

 

오늘 아버님 제사를 지내는 날입니다

할아버님 아버님 살아 계실 때에는 음식을 정말 정성드려

만들어서 모든 가족이 고조 증조 할아버님 할머님

제사를 드렸지요

강신으로 향을 피워서 신을 부르심으로 부터 시작하여

초헌의 첫 인사 드림과 유세차로 시작해서 상향으로 마치는

축문과 아헌 종헌 헌작 사신 음복으로 마치는 제사 순서에

따라 절과 술을 따라 올렸습니다

제사는 돌아기신 전일에 밤 11경에 시작하여

돌아가신 날 새벽까지

온 밤을 세웠지요 세상 바쁘다 보니 요즘은 전일 밤에

모두 마치는게 상식이 되어 버렸습니다

전일에 시작함은 먼저 신을 부르는(강신) 순서 후

한참 간격을 두어 밤 12시를 넘겨 즉 돌아기신 날 제사를

모시는 것이지요

아침이 되면 모두 졸리기 마련 새벽 잠드는 잠간의 틈을 타

단잠을 잠간 드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음식 준비며 차례 순서며 마치기 까지 정성은 지극하였다

제사상을 보면 가득히 채워진 제수물들

생선 고기 국 나물 과일 전 산자 술 향불 등이

종류대로 갖추어 상이 수북했지요

끝이 나고 나면 조상님의 슬기로우심에

대한 교훈적인 이야기를 꼭 들려 주셨다

새벽이 되면 주위 사시는 분들이 출출한 배를 채우고자

살며시 와서 마루에다가 바구니를 놓고 가면서

'단자요' 라고 외치고 도망 가면 그곳에 여러가지

섞어서 한 바구니 채워 주고 주전자에 술을 곁에 두면

살짝와서 가제 가던 일들이 기억납니다

오늘은 누구네 제사라는 걸 훤히 다 알고

사랑방 사람들이 단자를 얻어가곤 했지요

서로 나누어 먹으며 고마워하고 감사해 하고

정말 잘 먹었다고 하면서 다음날 인사 나누는 일들

아련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예전처럼 그리는 못하지만 가족들이 모여 상을 올리고

간소한 순서로 예를 다해서 제를 드리게 됩니다

그동안 살아 온 일들 쌓아둔 이야기들 건강 이야기

손주녀석들 자라가는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지요

제사를 지내는 전 과정이 어려웠고 힘들었고

고생스럽지만 나중에 보니 나를 낳게 해 주신 조상님을

생각케 하고 뿌리와 정체성 가족이라는 씨와 터로

얽혀진 정과 사랑을, 모여서 나누고 쌓는 일이 아니었나

새삼 돌아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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