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할아버지 밥

마음의행로 2017. 5. 30. 03:55

 

손주 녀석을 말하면 누구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마도 끝이 없을듯 하다

모임 자리에서 한 친구가 핸드폰 속의 손주를 꺼냈다

자랑스럽고 예쁘고 귀여운 손주 녀석을

보여 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얼굴도 훤하고 우량하게 자란 모습이 눈에 보였다

다들 고놈 잘 생겼네 할아버지 보다 백 번 낫다

한 마디씩

돌아가 보며 내 놓았다

내 손주가 아니라도 요즘 우리 나이 쯤엔

예쁘지 않는 애가 없다

한 바퀴 돌고 난 후

재미 있게 늘 이야기를 즐기는 친구가

자자 하더니

손주 자랑하면 한 턱을 내야 한다는 옛 말이 있지

그래서 하는 말인데

오늘 손주 얼굴 값은 나오겠지?

그 친구 말은 같은 말이라도 서운치가 않는게

특징이다

당장 알아차린 친구가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이

그렇지 않아도 오늘 저녁은 내가 내려고

손주 녀석 자랑 겸 사진을 꺼 냈단다

자 술도 한 잔씩 더 하자구

멋지게 자란 축하 주는 있어야지

손자가 자라고 커 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식 키울 때 보다 더 좋다

더 재미 있고 사랑도 가득 채워 주고

뜻 받아 주지 장난 쳐 주고 받고 하다 보면

힘은 들지만 한편 힘이 남을 느끼는게 사실이다

부부 맞벌이 가족은 이런 재미를 모르고 지나간다

천금과도 바꿀 수 없는 재미 즐거움 보람 감사 기회를

저녁에 직장에서 돌아와서 안아 주면서

오늘 잘 놀았어 하면서 미안함을 아이에게

표하지만 쌓이다 보면 떨어져 지낸 거리가

이웃집 강아지 만큼이나 멀어지게 된다

아이 냄새 기저귀 갈아주는 똥 냄새도 좋다 하면

정말 그려냐고 할 것이다

손자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서는 사랑 덩어리 이다

안 본척 하면서 자유스럽게 놀도록 하지만

눈 한 번 떨어진 적이 없이 데리고 놀고 보살피게 된다

제법 자라고 나서는 고집도 생기고 뭐든 자기가

해 보겠다고 우기고 틀리든 아니든 달겨드는

나이까지 자라면 이제 다 키웠구나 생각이

들 때가 온다

일 주일에 이틀 낮 시간을 봐 주는 우리 부부는

적절히 나누어서 놀아주고 밥 먹이고 이야기 하고

어느 공원 놀이터로 실내 놀이터로

가카운 야산 꽃 길로 어린이 대 공원으로

올림픽 공원으로 동네 공원 놀이터 등으로

스케줄이 바쁘다

제법 컸다고 할아버지 팔을 당겨보고 꺽어 보려고도

하고 말도 늘어 아니라고 하고 제법 남성 모습이

보여지곤 한다

참 많이 달려 왔구나 생각하며 무사하게 자라 온

어제를 둘러보며 감사를 신께 드린다

요즘은 볼데기도 양 손으로 가볍게 잡아 당겨

주기도 하고 엉뎅이도 제법 찰싹하게 때려

보기도 하고 입으로 가볍게 팔이랑 물어 보기도 하고

간지럼도 먹여 주기도 하고 하여

할아버지도 야성을 가진 남자라는 걸 보여 주곤 한다

좋아 하기도 하고 할아버지 하지 마

하기도 한다

할 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욱이는 할아버지 밥이다 하면서...

욱이는 할아버지 뭐지 하고 물으면

할아버지 밥이야로 답 한다

몆 번 했더니

그 뜻을 알고 있다는게 보인다

나이에 비해 한 살은 더 크게 자란 손자

그의 생애에서 그 뜻이 오래 남아 있기를 살짝

기대하여 본다

할아버지 밥 아닌 밥의 뜻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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