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어흠
작은 방에 주무시는 할아버님,
어제밤 잘 자고 일어났노라
어서들 일어나라 알림이자 일어나라는 통보의 소리
서까래로 올라간 소리가 앞 마당으로 퍼져 담을 맞고
되돌아와 다시 안방으로 들어온다
어젯밤 아버님 잘 주무셨나 보네요
어머님 말씀이다
천우야 어서 일어나 우물로 가서 두레박으로
물 길어 올려서 동쪽을 바라보고 세 모금을
크게 마시고 오너라
어제 밤 끓여 먹인 쇠죽에다 쌀겨 좀 더 넣어
섞어서 오늘 밭 갈러 가야할 소에게 영양식으로
먹여 힘 좀쓰리고 소 밥먹이시러
아버님이 일찍 일어나신다
할머님은 벌써 터 밭에 가셔서 상추를 속아 내어
우물가로 오셔서 씻고 계신다
어서 오너라 우리 손자
할아버지 한테서 쫓겨나 물 마시러 왔구나
눈곱을 비벼 떼는 나에게 반갑게 하여 주신다
어머니는 몸베 옷을 입으시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대청 마루 끝에 있는 쌀독에 가셔서 바가지로
쌀을 퍼내시고 살강쪽으로 가신다
천우야 돼지 밥 좀주거라 이 쌀뜬물에다
쌀겨 가루를 섞어서
돼지 밥통에 한 바가지 부어 넣어라
천지야 그만 일어나고 마당 청소는 네 몫이잖어
어서 일어나 벌떡 일어나 어서
게으름 펴는 동생에게 내리는 아버님의 명령이시다
나는 재빨리 부엌으로 가서 밥 솥 아궁이에 불을 핀다
불을 제일 잘 뗀다고 몫이 내 것이 되어 버렸다
처음 지필 때 연기만 잘 피하면 솔 잎이며
참깨 가지며 불이 활활 붙어 빨간 불 속을 들여다 보며
이 생각 저 생각을 했었다
나무 잎은 타는 냄가는 늘 향긋하였고
가족의 따뜻한 품속같이 불땔 때가 좋았었다
닭장 문에서 닭들이 쏟아져 나온다
날개를 펴고 기지개를 펴는 놈 아침부터
쫓고 쫓기는 놈
뒷동산에 산비둘기도 구구구구 구구구구ᆢ구욱
아침을 알린다
대나무 숲이 아침에 이는 미세 바람에
움직일듯 말듯 소리가 날듯 말듯 그의 허파로
숨을 쉬기 시작한다
식구들은 차례로 하니씩 우울로 나와 세수를
하고 다 마치면 온 식구가 두 상에 나누어
이침 식사와 함께 하루를 열었다
너른 앞 마당은 환한 얼굴로 우리 집에
아침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