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사람 인

마음의행로 2017. 6. 1. 04:34

 

손 아래 처남 댁 한테서 전갈이 왔다

가끔 SMS를 통해 좋은 소식과 연락을 주고 받는다

다섯 처가 동서 부부동반에 꼭 주관자가 되어 여행을

주관하여 왔었던 처남 댁이다

3박4일 누님네 하고 넷이서 공기 좋은 강원도로

잠간 쉬러가자고 한다

우리 부부는 참 걷는걸 좋아한다

건강 유지에 가장 좋은 방법임을 터득한 뒤로는

다른 운동은 거의 없을 정도이다

높은 산에서 지금은 좀 낮은 산으로

한강변 길, 올림픽 공원, 성내천 길, 학교 운동장

기타 공원 산책 길 등 평상시에 함께 많이 걷는다

요즘은 조용하게 홀로 걷는 방법을

서로 선호하기도 한다

걷는데는 남에게 뒤쳐지지 않게 열심이다

그 속에 한 비밀이 있다

걷는 중에는 반드시 호흡이 가쁘도록 하는 코스를

가지고 있거나 일부 구간을 뛰어 심폐 기능을

강화시키는 과정을 꼭 삽입한다

핵심 사항이다

이렇게 제안을 했다

처 혼자만 보낼테니 셋이서 한 번 다녀 왔으면 하고,

나는 여러 가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아내 혼자 보내는 의미도 꽤 있을거라고 여겼다

코스를 정할 때 구경보다는 걷기 중심으로 선택을

해 달라고 주문을 했다

처남 댁도 넉이 잘 아는 바라 쉽게 정했던 모양이다

평창을 중심으로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의 선재길,

강릉 경포 호수 길, 그리고 대관령 주변길로

세 개의 코스를 정하게 된다

여행가면 식사가 가장 중요한데 처갓집 여행은

서로 서로 반찬을 준비하여 사 먹을 일이 없다

사 먹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여행도 함께 참 많이 다녀보아서 터득한 내공이

쌓인 경험대로 실천한다

반찬을 준비해서 아내는 떠났다

처음으로 내가 따르지 않는 여행길인 셈이다

마음 편한 여행이 되기를 또 그리 되리라고

생각했다

한 마리 사슴이 되어 강원도 산책을 즐기도록...

생각은 바람이 되고 산은 그의 가슴이 되고

호흡은 호랑이 가쁜 숨이되고 산새들은 그의

길을 안내할 것이다

계곡물은 정수리에서 발끝까지 오르내리며

몸을 씻어 줄 것이요

나무 사이를 빗겨지나는 빛은 감옥에 드는 빛처럼

숲을 영광의 하모니로 바꾸어 그에게 전할 것이다

작은 꽃들 풀 잎들이 우주가 되어 수 많은 별들로

변하고 은하수 계곡을 따라 선재길은 이어지고

경포호수는 그물을 가두어 떨리는듯 반짝이는

윤슬이 되어 동해가 부러운

공주같은 호수가 되고 갓길을 품고 그의 발걸음에

탄력을 주어 한 바퀴 가벼운 걸음길로 변할 것이다

사실 시집간 딸이 일이 많아

외손자를 보아야할 입장 이었다

돌오는 날

여섯시 반경에 집으로 돌아 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여행 괜찮았어 라고

준비한 말이 쏘옥 들어가 버렸다

뭐하고 지금 들어와

한마디가 가을 소낙비가 되어 나의 예상 온기를

식혀 버린다

다음날 시집간 딸과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된다

아빠 아빠 세상은 호수만큼 넓었잖아

엄마는 세수 대야만큼 작았고

그러니 엄마가 그동안 아빠한테 얼마나 많은 것을

의지하고 살았는지 알고 있어?

그러니 당연히 엄마가 돌아욌을 때에는

자식이 집에 오면 엄마가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집에 아빠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했던거야

그 순간

나는 아내의 세상을 다 뚫어버린듯 환하게 트였다

늘 섭섭한 이야기 덜 만족한듯한 말들이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비밀 코드를 알게 되었다

아내에 대한 소위 해탈을 맛 보게 되었다

아내에 대한 폭이 갑자기 넓어졌다

하루에 이만 마디를 쏟아내야 한다는

여자의 말 그 속에 들어 있는 잔소리 같은

말의 알갱이들의 소재지를 찾은 것이다

딸 한마디에서 가르침을 얻은

나이 지긋한 노신사의 아내에 대한 해탈 속에는

헤아림을 못 보았던 안목이 가볍게 한 번 떨렸다

이제야 나는 통할 수 있는 내가 되었다

왜 당연함에도 다른 생각이 나에게 파고 들어오는가를...

밖에 나가면 의젓하고 늘 아내와 함께 다니는 나를

부러워하는 그 속내 뒤에는 바로 서지 못했던

통하지 못했던

성찰 못한 내를 내가 야 이놈아 하고 가슴을 쳐 주었다

남자에게 의지하고 있는듯한 사람 인 자의

한 변이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그어져 내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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