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왠 감성의 눈물?

마음의행로 2017. 4. 29. 11:35

나이들어 가면서 왠 감성이 이리 더 풍부해 질까

혼자서 텔레비젼을 보고 있어도

꽃잎을 바라 보다가도

어린 아이의 울음 소리를 들어도

눈시울이 뜨거워 진다

어제는 호수가에 갔다가 가마우지들의

무리 떼를 보고도 삶을 위해 몸부림침이

다가와 가슴이 멍했다

들에 나가 질경이를 케러 갔다

서울 근교에는 없어 양수리 근처를 돌다가

자그마한 그늘진 언덕 길을 오르다가 질경이를

만났다

아주 작아 아내가 차를 끓여 마시면 좋겠다고 한다

경안천 근처이고 산에 소나무 낙엽송이 들어차 있어

봄 새들이 둥지를 틀었는지 싸우는 소리같이

퍼드득 거리며 날으는 소리가 들린다

이런 새 소리 하나에도 먼 따뜻한 나라에서

이곳까지 찾아왔음을 생각하니 고맙고 감사하고

생전 들어보지 못한 예쁜 울음 소리를 들려주니

어찌나 좋지 않으랴

게다가 바람이 일어나니 솔가지에 버람소리가

쏴아아 쏴아아 일어서서 고개를 넘는다

얼마만에 들어본 소리인가 귀가 맑아진다

자그마한 들녁 공원 소나무 밭 아래 마른 솔가지 잎이

수북히 쌓여 있어 솔 내음 맡기 겸해서 거기에 앉아서

싸온 김밥이며 과일이며 물을 먹는데

솔향이 바닥에서 소 죽 끓일 때 나오는 훈김처럼

우러나온다 그 솔향

이것 하나 만으로도 오늘을 만족하고도 남았다

질경이가 아주 조그마해 집에서 씻는데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이 무슨 파란 꽃잎이 떠 있는듯 이쁘다

이걸 씻어서 물을 오늘 빼고 내일 후라이 팬에

덧구어서 말리면 차 원료가 되는데

연한 잎파리에서 향긋한 냄새와

봄의 맛이 나올 것을 생각하니 참 기쁘다

아침이 되니 친구한테서 카톡이 왔다

어린 꼬마가 노래를 천여 명 앞에서 부르는데

어르신들의 눈가에 눈울이 고인다

나도 눈이 촉촉해졌다

아이들을 보면 한 없이 예쁘기만 하다

그 작은 손으로 입으로 이야기하고 움직이는걸 보면

어찌 귀엽지 않으랴

세상에 태어나와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이 모두가

신비롭고 재미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우기에

열심인 것을 보고 따라하고 고집도 생기고

아니면 우기기도 하고 더 하고 싶어 하고 더 놀고

싶어 하고 말을 이어가는 모습들을 보면

감동이 아니날 수가 없다

마음이 약해서만은 아니다

소리가 소리가 아니요 보이는게 보이는 것만 아니다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와 어려울 수 있는 환경을 견디고

나오는 소리와 움직임과 말과 행동들은

꽃과 새와 들과 산과 나무와 호수와 나비와 벌과 바람

농부의 움직임 지나가는 행인들 걸음걸이 하나에 까지

근본을 알고 이해하는데서부터 나오는 적절한

나의 감성들 때문이라 생각한다

눈물이 많아 짐은 약함에서만은 아니다

그들 속에 들어 가서 그들이 되어 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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