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사람의 스승

마음의행로 2017. 1. 3. 05:55

 

나무 두 구루가 나란히 서 있다

잘 생긴 녀석들이다

위로 튼튼하게 쭉 뻗어있다

서로 사랑하고 자라서인지 다정함이 눈에 보인다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가 연상되듯

가지가 삼각형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서로가 맞닿는 부분은 가지를 서로 뻗지

않아 배려의 모습에 늘 감탄한다

이른 봄에 나무들은 어찌 자라나

키가 큰 나무와 그 밑에서 자라는 나무들

키가 큰 녀석들은 동생을 배려하듯

키가 작은 녀석들이 햇빛을 받고

잎사귀가 자랄 수 있을 때까지

늦게 기다려 잎사귀를 돋아내고 편다

키가 작은 녀석들은 가을에 떨군 잎사귀가

멀리 도망가지 못하도록 가지와 널럴한 잔뿌리로

잎들을 모아 썩으면 큰 나무들의 거름이 되도록

도와가며 사는 상생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또 누구는 낮에 산소를 내뿜고 밤에 탄산까스를

내 놓는가 하면 정 반대로 하는 아이도 있어

서로 남에게 숨을 쉬고 영양을 흡수하는데

이리 저리 도와가며 살아가고 있다

여름이 되어가면서 산에 오르면

도토리 나무 작은 가지가 꺾여서

땅에 수 없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새로 나온 작은 가지들이다

왜 그럴까 비가 적은 것도 아닌데도...

도토리 나무는 벌써 시절을 읽었고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다

새 가지마다 도토리 열매를 맺으면

몸에 무리가 옴을 알고 부담되지 않게

미리 가지를 스스로 잘라 내고 있다

칼이 있음도 아니요 가위로 자름도 아니지만

야물게 가지를 잘라 떨어뜨린다

그는 가을에 신실한 열매를 도톰하게 맺는다

산이 푸르다

너도 나도 찬가를 부른다

오케스트라 처럼 트럼폣 오보에 피아노

바이어린 첼로 북과 챔버린 섹스폰 크라리넷 등

스스로 여러 모양의 악기가 되어 합창 단원으로

산하에 감동의 화음을 선사한다

태풍이 불면 더 힘있게 미풍이면 감미롭게

음을 둗우고 가꾸어 내는 모습을 보라

지휘자가 없이도 자기를 알고 자기 포지션을 잡고

자기만의 음으로 오케스트라의 일원이 된다

어떤이에게는 치유의 음악이 되어 주고

어떤이에게는 시와 글이 되어 주기도 하고

꿈을 꾸게 하여 주기도 한다

프랑스 어느 고을에 협동 농장이 생겼다

마을 주민이 생산한 식품을 농장을 통해

서로 나누어 먹으며 자급 자족을 한다

내가 기른 채소를 옆집에서 먹으니 농약도

하지 않고 정성을 들여서 키워 낸다

욕심 내지 않고 살아가는 그런 마을 공동체가 있다

나무들처럼 키가 크고 작고 간격을 지켜 가면서

서로 협조하고 도웁고

스스로 한계를 알아 욕심을 줄여

한 공동체가 된다면

산하는 아름다운 화음으로

인간은 오케스트라를 선물하는 고을이 되어

아름다운 세상을 평화롭게 이루고 살아 가리라

억압과 권위와 자랑과 교만과 부가 그들에게서는

의미가 적어 보이듯

세상은 도토리나무의 겸손과

크고 작은 나무의 상생의 정신이면

때로는 힘있게 때로는 감미로운 음악을

생산하여 스스로의 숲을 가꾸며

다툼이 적은 세상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자연은 언제나 사람의 스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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