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하나하나마다 이야기가 피어올랐다 마루 바닥을 빼곡히 메운 채 동그랗게 포개진 그릇들 사이에 나도 동그란 그릇처럼 쪼그러 앉아 그 얘기를 들었다이 그릇은 널 낳고 처음 아빠랑 서울 나들이 가서 산 거라 나한텐 정말 소중한 거다...이 찻잔은 네가 어버이날 선물로 사준 거라...이 냄비는 비록 색갈은 이렇게 됐어도 내가 시집올 때 가져온 거라...엄마의 움푹 팬 물건을 바라보려니 허기가 졌다 어째서 엄마가 애지중지해온 물건들은 이토록 움푹 패어 있어 무언가 채워 넣게 생긴 걸까 채워 넣고 채워 넣는 것으로 평생을 보냈을 엄마의 하루하루가 난데없이 몰려와서 물그릇만 쳐다보았을 뿐인데도 허기가 포만감처럼 밀려왔다 엄마를 무어라 부르면 좋을까엄마라는 이름에 담긴 슬픔들이 국그릇 엎어지듯 쏟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