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바보 상자

마음의행로 2010. 9. 2. 16:04

  바보 상자라는게 있다.

뭘 이야기 하는지 거의가 다 알고 있는 말이다.

틈만 나면 그 앞에 앉아서 시간을 허비하고

결국 자기 자신은 없어지고 남이 만든 TV 그림자만 바라보고

삶을 의미없이 허비하여 버리게 하는 것을 말할 것이다.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정말 그 수가 너무 많구나 새삼 발견한다.

누가 그걸  볼까 싶은 채널들이 또 뭘하는 채널인지도 모르는 채널,

있는지 없는지도 관심조차 없는 채널들

 

여기에 하나를 더 붙인다면

그 내용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세상이 관심조차 주지 않을 것 같은 내용들이 판을 구성하고 있다.

찜질방에서 젊은 남녀가 수건 둘러메고 말하는 내용들

계란 삶은 것 하나를 가지고 맛이 어떠하느니 잘 삶았느니

소금을 넣지 않았느니 어느것이 맞느니 틀리느니,

 

초등생들이 즐길 수 있는 수준의 게임으로 온통 물들이는 억지 웃음들

남녀가 부등켜 안고 메고 짊어지고 뛰고 넘어지고

하루종일 먹고 마시고 장난하고

먹거리 찾아 3천리를 헤메고 다니는 내용들

노래방에 들어가 노는 내용속에 들어가 있는 저속하리 만큼한 언어들

지적이라고는 상상조차 가지 않는 그 수준들의 입방귀들

 

뭘 보여주려고 하는지 조차 모르고 진행되어 가는 듯한 기획들

오직 남을 억지를 부려서라도 웃겨보려는 몸부림들

세상이 내가 즐거우면 그만인 것처럼

아니 다 그렇고 그런거지 하며 놀아나 보세 하는 듯한 연기들

한 채널에서 한 내용을 수백번 재탕하여 이제 익숙해져 버린 그런 컨텐츠들

 

그리고도

누구보다 더 많은 수입으로 호화롭게 산다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들

 

우리에게 주어진 이 세상이 얼마나 값지고 어떻게 주어진 삶의 기회인데

어떻게 펼쳐나가야 할 생인데를 생각을 하면서

비슷한 경험이 따른 생각이 떠오른다.

 

90년 중반에 대만 여행을 하게 되었다.

정확한 이름인지 잘 모르지만 대만 원주민들이 먹는 열매가 있는데

그 이름을 삔낭이라고 들었다.

이것을 씹으면 쓰고 짭고 독하고 해서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열매였다.

이 삔낭은 마약 성분이 들어 있어 씹고 나면 기분이 전환이 되어

황홀감에 젖어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습관처럼 원주민들이 이걸 들고 다니면서 이용을 하고 있었다.

 

안내자가 하는 말이 생각이 난다.

중국 본토에서 온 사람들이 그들을 지배하기 위해 그것을 먹는 것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소위 바보를 만들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듣고 싶지 않았지만 듣고 나니 무서운 생각이 들뿐만 아니라

인간의 간악함이 들어나는 것 같아 듣지 않음만 못했다.

나는 똑똑하고 잘 나가야 하고 모르고 따르는 그들은 못나고 바보가 되어야 하는...

 

오늘의 TV 채널을 돌리면서 그리고 그 내용들을 보며

다가오는 생각이 아니 느낌 같은 것이 하나 있다.

 

아무리 그들이, 내용이 그렇다 치더라도 우린 깨어 있어야 한다.

TV속 그들에게 속아서는 아니 된다.

보고 나면 남아도는 생각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그 무엇들에게

나를 넘겨 주어서는 아니 된다.

 

우린 각성을 해야 한다.

순간 순간 각성을 해야 하며 살아야 한다.

그리하여도 어느 순간에 저만치 가지 않아야 할 길을 걷곤 하는데 말이다.

 

내 하나가 얼마나 위대한 삶이고 또 값진 삶인데

종일토록 짓 이겨진 웃음거리에 나를 맡겨

우리를 바보로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바보 상자에게

아니 장난삼아 놀고 떠들고 웃어 대는 듯한 내용들에게서

벗어나야 할 뿐만 아니라 

생존의 뜻을 찾아 바르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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