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형제들은 무척 낚시를 좋아했었다.
도시로 학교를 다니게 되자
집에만 오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게 있었다.
집에 와서 틈만나면
마당가에 있는 퇴비 더미 옆 삽으로 땅 파헤처 지렁이를 잡고
대나무 밭에서 굵고 키 짧은 것을 골라
가지치고 나면 훌륭한 낚시대
점방에 가서 낚시줄과 낚시를 사고
수수밭에 가서 마른 수수대 하나를 잘라서 찌를 만들고
납덩이 녹여 조그마한 땅 구멍에 붓고
녹은 납 가운데 가는 막대 꽂아 놓으면 낚시 돌
낚시 준비는 이걸로 끝
벌써 고기 잘 올라오는 못에서
파드닥 거리는 붕어 한 꾸러미의 꿈 가득안고
파란 하늘 보며 들판 지나는데
언제 따라 붙었는지 남동생이 쫄쫄 따라오고 있네
가다가 고구마 밭두렁 발로 차니
어린 햇 고구마 보이길레 하나 건져내어
풀밭에 씻어 절반 잘라 나눠 먹고
잘 걸린다는 유명한 못에 낚시 던져 넣으니
넣자마자 찌가 훌러덩
낚시대 채어 올리니 드드드득 짜리한 그 맛 끝에
올라오는 큰 붕어 한마리
오늘 낚시는 운수대통 예감 적중
못에 비친 가을 뭉게 구름 흐르고
고추 잠자리 낚시대 끝에 앉아 머리 굴리는데
지나가던 파리 날쎄게 나꿔 채고
실 꾸러미에 매달린 붕어들 파드닥 파드닥
이만하면
오늘밤 붕어찌게 감 넉넉하니
동생과 낚시대 매고 집으로 돌아오 길
한나절 보낸 낚시 재미에 다음에 갈 장소 생각까지
집 동산 어귀에서
깔 한 망태 짊어지고 소 몰고 오는 동네 어르신
고기 많이 잡았냐?
예에
우물가에 가서 붕어 배 따고 창자 꺼내고
마당 한쪽에 걸린 양은 솥에 고히 넣고
무 숭숭 고추가루 너끈 물 짜박하게
소나무 가지에 불댕겨 피워 내니
연기속에 뭍혀나는 물고기 냄새
뚜겅 열어 보니
얼큰한 붕어찌게 한 솥이라
어디서 잡았느냐고 칭찬 섞인 어머님 말씀
가을 고추붕어는 그렇게
저녁상에 올라와
우리 가족 저녁 한끼를 족하게 만들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