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말이다.
한 해가 다 되어 가면서 쓸쓸함이 더 많다.
년초에 무얼 무얼 해야겠다고 주섬주섬 잡아 놓았는데
해 놓은 것도 남는 것도 별로 없다.
서해안의 뻘을 한 웅큼 쥐고 난 손바닥 같다.
다 빠져 나가고
내 손금 속에 남아 있는 잔재들이
생선살 다 빠져 나가고 가느다란 뼈만 몇줄 남은 것 같다.
그 보다 더 한 것은 왜 이리 마음이 허망할까?
자식들이 어서 나가기를 기다렸는데
끔쩍도 아니하는 것 보고
더욱 그리한 것 같다.
텅빈 충만이라 했는데
어서 나가야 공간이 생기고
그래야 새로운 충만이 생길 것이라 생각을 했었다.
새로운 직장에서의 기대도 양상이 많이 바뀌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년엔 좀 더 하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는
희망이 조금 있다고나 할까?
배우고 행함에 잔찌거기가 남아 있는 것 같기에 하는 말이다.
한편으로는 삶의 새로운 방향을 갖는 해였다고 생각하며 이에 만족을 하려고 한다.
다행이 나 자신이 글을 한가지씩 쓸 수 있는 토대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영 내용이 시원찮기도 하지만
어떨 때에는 생각 못하는 힘이 나오기도 함을 보고
삶을 더 진지하게 바라보면 지금보다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올해 안된 것들이 내년에는 하나씩 이루어 진다면
더 바랠 것이 없을 것 같다.
일년 빠르다고 혹 늦는다고
크게 뭐가 달라지겠는가?
그러나 일년 이년 쌓여서 인생이 될 터인데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는 고민을 더 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인생은 사막에 남기는 발자욱이라고 한 작가의 말이 맞는지?
화석처럼 변하지 않는 뭔가를 남길 수 있다는 말이 괜찮은 말인지?
답을 내기가 어렵다.
마지막 내 몸에 차거움이 돌 때에
나의 손바닥에는 무엇이 남아 그려져 있을까?
그 걸 찾으려
한 해를 넘겨야만 하는 지점에 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