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영혼없는 몸둥이

마음의행로 2009. 12. 19. 17:01

 지하철이 긴 터널에서 빠져 나오니

그동안 숨도 쉬지 않고 왔던 것처럼

큰 숨을 들이켜 쉰다.

 

이런 바같 세상이 있다는 것을 잊어 버리고 산지가 오래였던 것처럼 느껴진다.

갑자기 내가 어느 역에서 와서 어느역으로 가는지 생각이 나지를 않는다.

 

어두운 어둠 속에서

떠들고 악을 쓰고 뒤엉켜들 살아 온 세상이 보인다.

 

어떻게 숨을 쉬고 살아 왔는지?

태어나서 자란 고향 생각을 가끔이라도 생각했는지?

시냇가 물고기 잡던 일, 학교다니던 그 추억들을 잃어버리고

무억을 해야 사는 것인지도 모르고....

 

우린 터널속의 광물을 캐러 다녔다.

온통 컴컴하고, 먼지투성인 곳

뿌연 형광등이 벽에 붙여 놓은 광물 맥을 비쳐 주고 있다.

포도주 잔 같이 생긴, 여자의 다리같이 생긴 광물도,

유명한 학교 들어가는 길을 알리는 광맥도 보인다.

 

지하에 정거장이 참 많다.

종로도 있고, 청량리도 있고, 일원 밖에 안하는 역,

일원역도 있다.

 

가끔 식당도 있는지, 여자들이 도시락 같은 것을 전철에서 까 먹는다.

그래 배고픔도 있는 모양이다.

여기에도 안전은 지켜야 하는가 보다.

안전선 안으로 한 발자국 물러 서 달랜다.

 

물건을 파는 곳도 있다.

지하철 내에서도 장사를 한다.

천당에 갈 노자 돈도 필요한 모양이다.

 

때로는 질서도 있다.

줄을 설 줄도 안다.

습관적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술을 먹지는 않치만 술에 취해 떠들거나

침대처럼 누어 자는 사람도 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은 따숩다.

또 하나의 세상이 이곳에 있다.

 

하지만 살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지 모른다.

영혼마져 없는 몸둥이들이 다니는지도 모른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어둠속만을 헤매고 살아간다.

 

태양이 없고 달과 별도 없고.

고향의 들과 산도 없다.

 

허나

다시 가고 싶지 않아도 또 가고 있다.

막지 못할 윤회라는게 있기는 한 모양이다.

나는 잠간 지나가는 세상을 보고

 

다시 그 죽음같은 긴 굴속으로 또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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