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아버지를 발견하다.

마음의행로 2009. 11. 17. 15:25

  언젠가 제주도 갔을 때 일이다.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 1박2일의 일정으로 제주를 찾게 된 것이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제주에 가면 가벼운 경련이 일게 된다.

어쩜 경련이 흥분쪽에 가깝지 않나 생각이 든다.

"섬속에 섬이 있다" 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하듯 나라속에 나라가 제주가 아닌가 생각을 한다.

이국적인 나라 그것도 해외로 나가니 어찌 흥분이 아니되겠는가?

 

숙박지로 제주 신라호텔에 자리를 틀었다.

바닷가에 세워진 신라 호텔에 도착하여 룸을 정하고 나서

저녁을 먹고 나니 유명 여자 가수 한 분이 나와서

큰 장을 이끌고 있었다.

 

그 중에 우스운 이야기 한 마디가 언뜻 떠 오른다.

남자는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짜리인가? 라는 물음이었다.

모두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답은 30원이었다.

아메 사탕 2개가 있는데 하나에 십원 합하여 20원,

비과 하나에 10원 모두 합하니 30원이라는 것이다.

그 땐 농담도 나 자신이 잘 안하고 사는 시절이라 듣고 보니

재미있는 내용이라고 많이 웃었다.

 

다음은 여자는 얼마짜리야는 것이다.

글쎄 남자가 30원이면 많아야 100원이면 될 것 같은데..

답에 대한 어떤 논리도 서지를 않고 모두 멋진 답이 나오길 기대를 하고 있는데...

여자는 5억이라는 것이다.

두 가슴에 있는 봉우리 하나가 1억 합하여 2억,

중원에 있는 예쁜 분화구(배꼽) 하나가 1억,

마지막 숲속의 오아시스가 1억 합하여 5억이라는 것이다.

5억대 30원,

 

남자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초라하게 변했나.....

재미있는 유모어에 배가 금방 고파졌다.

 

호텔 주변을 돌아 보니 아마도 에덴의 동산이 이랬으리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시간은 한 없이 흘러만 가는데 룸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탄생하지를 않는다.

이런 곳에 세미나를 초청하여 열고 있는 업체에서는 이 점을 십분 활용하였으리라.

감사의 마음이 절로 들도록 말이다.

영업이 잘되었음은 말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저녁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창문을 열고 잠시 밖을 내다 보니

멀리서 흰 파도가 흐미하게 몰려 오는 것을 보았다.

그래 내일 새벽에는 바닷가를 홀로 가보는거야.....

 

새벽 5섯시에 부탁한 모닝콜이 울리고 있었다.

부랴 옷을 갈아 입고 밖으로 나갔다.

바닷가를 가려면 저녁에 보았던 에덴동산을 지나서

한참을 언덕 아랫길로 내려가야만 했다.

 

새벽의 바닷가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었다.

바닷가를 거닐면서 멀리서 들어오는 힌 거품의 파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갑자기 떠 오른는 것이 있었다.

저 하얀 거품을 몰고 오는 파도는 언제부터 어디로서 부터 생겨 나왔을까?

하는 질문이다.

그리곤 곧장 답이 나왔다.

그리곤 곧 이상해졌다.

난 아버지가 떠 올랐다.

영겁의 세월속에서 아버지, 아버지가 나를 태어나게 한 것이라고.

아버지 때문에 이 세상에 내가 태어난 것이라고....

밀려오는 파도가 나에게 영감을 불어 넣어 주었다.

나의 가슴은 이 때로 부터 뛰기 시작했다.

그리곤 곧 울음으로 변하고 말았다.

 

오십을 바라볼 나이에 아버지를 처음 발견하게 된 것이다.

나는 멍한 가슴이 시원하도록 엉엉 울었다

실컷 울고 또 울음을 머금었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하여 주셔서...........

그리고 아버지를 늦게나마 찾게 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생각하니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에도 그리 울진 않았었다.

남자가 남자를 발견함이 그렇게도 값진 것임을 알았다.

그 땐 왜인지 어머니는 가슴 저 밑에서만 계셨다.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언덕길을 올라서 호텔 방으로 오르는데

어제 밤 가수 이야기가 떠 올랐다.

남자는 얼마 짜리예요?

아메사탕 2개, 비과 하나 각 10원, 합하니 30원,

그래 남자는 30원 짜리이다.

그 30원 짜리 남자가

새벽 바다 흰 파도를 보고

갑자기 생명의 근원인 아버지를 찾아 냈던 것이다.  

 

나는 그 바다가 가끔 생각이 난다. 

그리고

영겁전에 이미 나를 만들어 놓은 아버지, 

그 아버지를 발견한

그 바닷가의 감격을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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