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웬수 탱탱탱"

마음의행로 2009. 11. 8. 21:06

 일요일 저녁을 지어 놓고 식탁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일찍 시집간 막네가 일본으로 연수를 간다고 집에 왔다.

기르던 토끼를 잠시 집에 맡겨야 하겠다는 것이었다.

 

원래 우리집에서 기르다가 시집가면서 데리고 갔는데 매주 데리고 와서 놀다 다시 돌아 갈때 쯤이면 마구 화를 내곤했던 놈이다.

토끼가 6년에서 18년까지도 산다고 하는데 18년 이상을 살아 주기를 늘 막네는 바라고 있었다.

"아이구 우리 애기" 하면서 너무 귀여워 하고 마치 자식처럼 아끼고 보살피고,

뾰롱이란 놈은 병원도 정기적으로 다니고 조금만 이상하여도 검사와 치료를 받게 하는 호강하는 놈이다.

 

처음에는 그런대로 잘 길렀으나 지금은 귀찮은 일이 생기는 것이 그렇게도 싫어졌다.

집안의 물건도 하나씩 처분하여 가고 있는 중이고 점점 짐을 줄여가고 있는 터라,

토끼로 인하여 일이 늘어 나는 것도 사실은 싫은 것이다.

어찌보면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들 처럼 자기의 몸을 가볍게 만들어 가는 것 같은 생각에

자연이나 인생이나 비슷하다고 생각을 하곤 했었다.

 

큰 딸은 몸이 좀 아프다고 이번주는 오지를 않았다.

아내는 미리서 만든 몇가지 반찬을 꺼내어 이것은 큰 딸, 이것은 막내 것 하면서 구별을 지어 놓는다.

너 없으면 박서방 혼자 밥먹고 다닐테니 우리집에 와서 밥먹고 다니도록 하면 어떻겠니?

아내의 이야기이다.

박서방은 해방의 날이자 , 방학인데 하지 않을꺼야!!!

혼자 얼마나 신이 나겠어, 엄마 신경쓰지마,

이렇게 반찬도 다 준비하여 놓고 가는데 뭘...

 

딸 애들이 오기전에 늘 반찬을 만들면서 아내와 말을 주고 받는다.

결혼을 했어도 일감이 줄어든게 아니고 늘어나는 것을 보고 부모라는 자리는 언제까지 자식곁에 있어 주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 오고갔다.

큰딸은 큰딸대로 환경이 다르고, 막내는 막내대로 다르기에 양쪽 상황을 체크하여 가며 이것 저것을 만들게 된다.

 

혹시라도 안 오면 안 오는대로 맘이 편하질 못하다.

아이구 이 놈들, 전부 다 웬수 탱이들야...

이렇게 하면서 내가 제안했다.

여보 이제 우리 이렇게 부르기로 합시다.

큰딸은  "웬수 탱",   둘째딸은  "웬수 탱탱",   셋째딸은  "웬수 탱탱탱"

아내가 한술 더뜬다.

그러면 당신은 뭐라고 해야 돼? 아내가 묻는다.

아!  난아, 그건  "웬수 탱 원조"  

그리고 나는 뭐러고 해야지?

으응 ...  당신은,  당신이야  " 사랑스런 아내", 괜찮치? ....  ㅎㅎㅎㅎ

 

옆에서 듣고 있던 막내딸이 하는 말,

아빠 ! 엄마한테 아부하는 실력 많이 늘었네 ! 한다.

그런데 내가 "웬수 탱탱탱" 탱이 3개나 되니 내가 제일 못난 딸 같지 않아?

아 !  그건 편의상 3번째니 그렇게 하기로 하였으니 이해하여라.

 

"웬수 탱이들" 그렇게 부르고 나니 재미도 있는 것 같고, 어쩐지 맘도 뭔지 편한것 같기도 하는 것을 보니,

조금은 웬수 탱이 같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인이 아니었겠나 생각을 하면서,

아내와 나는 막내 몰래 눈 웃음으로 속삭였다. 

저 "웬수 탱탱탱"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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