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한꺼번에 쏱아져 나왔다. 그리곤 순간에 가버렸다.
바로 어제가 입하이었다. 이젠 여름이라는 거다.
봄에 가장 먼저 꽃이 핀다는 매화에서부터,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벗꽃, 목련, 제비꽃, 할미꽃들이
정신없이 숨을 몰아 쉬더니 어느 순간 왔다가 모두 지고 말았다.
전에는 아카시아 꽃도 봄꽃으로 여겨 주었는데...
이제는 봄이 짧다가 보니 여름꽃이 된 듯하다.
남자로는 그 가기 싫은 군 입대를 앞두고
아카시아 꽃피는 석양에 시골 마을을 찾아가고 있었다.
밤에는 소쩍새가 목에 피가 나도록 밤새 울어 주었다.
초가집 창문 열어 놓고 시간을 세고 있었다.
앞산은 검은 짐승처럼 큰 자리를 잡고 있었다.
컴컴한 밤은 오로지 별빛만을 허락하고 있었다.
나는 그땐 그 길을 가야만 했다.
캄캄한 그 길을... 군화 신고, 철모쓰고, 땅 바닥을 기어다녀야 했던..
아카시아 꽃잎을 절망처럼 하나씩 떼어 나갔다.
우린 한마디도 말하지 못했다.
마지막 까지 떼어내니 새벽이 되었다.
이제 정말 떠나야 하니?
검은 앞산도, 소쩍새도, 아카시아 꽃도 내 울음 가슴을 가만이 두었다.
그래 제대하면 또 5월이 되겠지?
우리 다시 여기서 만날 수 있을까? 나는 말이 없었다.
그 산골짝 검은 밤은 지금껏 한번도 날이 새지 않았다.
아카시아 꽃은 지금도 지지 않고 피어 있었다.
소쩍새는 지금도 그 앞산 끝머리에서 나를 보고 울고 있다.
제대한지가 35년이 넘었는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