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식은 밥

마음의행로 2009. 5. 27. 19:21

퇴근 후 곧장 버스를 탓다. 버스 속에서 나는 늘 하던 버릇으로 책을 펼친다.

두번째 읽는 "한강" 이다. 아홉번째 권이니 거의 다 읽어가는 셈이다.

책을 읽으면서도 나는 이것 저것 떠 오르는게 많다. 그래 집중력이 떨어질 때가 있다.

 

집에 도착 하자마자 저녁을 차리는게 아내의 일과이다.

나는 곁에가서 국을 떴다. 하나라도 같이 하려는 생각에서다.

여보 같이 먹자? 아내가 잠시 답이 없더니 하는 말,

나 국수를 오늘 두끼나 먹었는데 점심으로 좀 늦게 먹어 따로 먹을께 한다.

그러면서 아침에 밥 안먹고 간다는 사람이 왜 두그릇이나 되는 밥을 혼자 다 먹고 갔어?

그런다.

 

아내는 식은 밥을 싫어 한다. 언제나 따스운 밥을 먹어야 맛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정 반대이다. 식은 밥을 먹어야 밥맛이 제대로 느껴진다. 그리고 천천히 먹어 소화도 잘된다.

그래 가끔 "나는 찬밥 신세다" 이렇게 말하곤 했다.

어제 밤에 딸이 밥을 먹고 들어와 식은 밥이 두그릇 반이나 남게 되었다.

아침 일찍 내가 밥을 지었다. 아내는 벌써 알고 쌀 한컵만 하라고 한다.

나도 다 파악한 내용이다. 더 이상하면 또 식은 밥이 남게 되는 것이다.

거기까진 좋았다. 갑자기 화장실에서 생각한 것이 내가 아침을 먹고 가지 않으면 아내가 아침, 낮

식은밥 신세가 될 것이었다.

 

맘을 바꾸어 나 밥먹고 갈래 하고 식은밥이 남지 않게 두 그릇가까이 되는 밥을 물까지 말아 먹었다.

나는 점심을 굶지 않을 수 없었다.

아침에  아내는 밥을 먹으려니 밥은 하나도 없는 셈이 되었다.

아침에 한 밥은 둘째딸 김밥용이었다. 

그리고 둘째가 나머지 식은 밥을 먹고 가니 아내 앞으로는 빈 그릇이 되었던 것이다.

다시 밥하기도 그렇고 해서 국수를 삶아 두끼를 다 해결한 모양이다.

아내 식은 밥 싫어해서 고작 한다는 것이 모자라는 생각으로 저지른 실수였다.

이래 저래 문제 덩어리인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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