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문턱 벼개

마음의행로 2009. 5. 27. 14:33

저녁녁이 사근히 다가 오고 있다.

작은 방 창문에는 뉘인 햇빛으로 대나무 그림자, 이리 저리 자리 못 잡고 창문을 어리게 한다.

스그렁 스그렁 대나무 잎들 소리는 내 가슴에 조용한 바람을 살려 놓고,

창살 창문을 살짝여니 문턱이 내 벼개가 된다.

 

들로 싸 돌아 다니던 참새들이 서너 마리씩 대나무 숲으로 연이어 찾아들더니 찌그찌그 짹짹  찌그찌그 짹짹 ....

수동이네 밭에 가서 알곡 몰래 쪼아 먹는 이야기며, 작년에 세워둔 거지 허수아비 놀려 먹은 이야기,

내일 먹거리 장터로 봐둔 영길이에네 쇠뜨기 밭 이야기로 아주 재미나게 쪼족거린다.

그리고 동산에 서 있는 소나무 숲에서는 사~아..  사~아..  바람소리가 내 머리속을 비워 준다.

 

밤 하늘에 별들에선 파란 눈물이 곧 떨어질 것 같은데,

부모님 사신 시골집은 늘 서럽게 비워져만 있고, 바람은 언제나 국민학교 교정에서 부터 일어 나에게로 온다.

터밭에 넘어져 있는 호미 한자루,  벽에 걸린 쇠시랑은 누구를 기다리는 것일까?

우물속에 드린 두레박 물엔  한 모금 갈증 적실 어머님 얼굴이 숨쉬고 있고,

장독대에 남아 있는 된장, 간장은 그 맛이 더해가는데,

머리에 두른 수건, 걷어 올린 바지는 점점 희미해져만 가고 있다

 

쭉정이 퇴비 더미에는 이름 모를 풀들만이 서 있어, 언제 구르마에 실려 성기밭으로 나갈꼬.

석양 퍼지는 냉갈속에 천이야 밥먹어라!  어머님 가난 섞인 목소리 아련한데,

못잊어 이집 다시 올날 얼매나 될것인가? 

 

별들은 西로 고개 돌리우는데 아버님 냄새가 이 문턱 벼개에 스며 있어

잠은 점점 멀어져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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