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8

입 그리기

엄마는 아이를 기다린다 선생님의 파도가 간혹 흔들린다 땡그랑 땡땡 서쪽 벨이 울리고 벨이 울리고 놓인 물고기가 선생님 손을 잡고 나온다 엄마가 반가워서 뛰어 비늘을 쓰다듬는다 선생님은 아이의 붕어입 파도를 전해 준다 그랬어 그랬구나 참 잘했어 벌써 붕어 입모양을 뿡뿡 내밀며 말 입을 만든다, 엄마는 우물우물하는 입 모양을 베끼며 아이가 말을 하고 있다 아무도 할 수 없는 말을, 들리지 않는 말을 엄마만 볼 수 있는 말을 호수 같은 두 눈이 서로를 그렁히 보고 있다

시 글 2023.01.31

안개 속 누군가를 바라본다

2023 신춘 문예 시를 읽어 내려 모방은 그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 게 하는 일 그의 손끝을 따라가 보며 습자지를 올리고선 그림을 배껴 쓴다 사유의 극장 예고편을 쭉욱 한 바퀴 물레질한다 사유는 캐는 게 아니고 오히려 정원을 돌며 정성껏 함께 심어보는 것이다 첫 세션이다 숲과 냇가와 바위와 풀들의 아픈 관절을 살핀다 놓여진 위치마다 마디의 사연을 들춰본다 고래의 혀가 새우의 위치를 캐 낸 수심 깊은 오목 지점에, 서 있는 어부의 마음이 되어 본다 한 연을 해석하는데는 우물에 빠진 숟가락을 달빛을 쪼여 비친 은어의 향을 헤아려 보는 일 두 번째 트랙이 끝이 난다 어디선가 해설사가 등장 해 할머니 이야기처럼 기시감이 든 꿈을 건반에 살짝 탓치해 주면 둠벙에서 배운 미꾸라지 수영이 선수촌 코치를 만나는 매끄러..

시 글 2023.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