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뒤를 보고 가는 세상

마음의행로 2010. 2. 2. 16:17

 버스를 탔다.

요즈음 새로 나온 버스형으로 보이는 것은

뒤쪽 양쪽 2개의 좌석이 뒤를 보면서 앉도록 되어 있어서다.

마주보는 사람의 얼굴을 민망히 볼 수만 없기에

고개는 자연히 옆이나 뒷 창문 너머쪽으로 가기 마련이어서

새로운 세상을 보는 기회를 마련하여 준 셈이다.

 

기차 여행에서도 뒤를 보고 가는 재미는 솔솔하다.

건물들, 나무들이 점점 키가 낮아지고 조그마해 진다.

 

보이는 것이 훨씬 많아지고 세밀하여 진다.

그림을 그려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저절로 원근법을 발견하게 되어

그림도 그려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든다.

 

이렇게 앉으면 사진도 쉽게 찍을 수가 있다.

흔들림도 더 적게 느껴진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전진하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혹자는 어지럽다고 하여 KTX를 꼭 앞을 보는 칸만 찾는 이도 있다.

 

새로운 감각으로 세상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뒤를 보고 있으면 들어오는 산하가 꼭 어디서 본듯하여

친밀감이 든다.

그래 고향 어느 마을 골자기를 지나는 느낌을 들게 하기도 한다.

 

게다가 시야가 훨씬 넓어져 마치 화각이 넓은 카메라의 렌즈로

내 두눈은 변한다.

 

정면으로 갈 때는 사물들의 색갈이 강하고 색감이 짙으다.

그러나 뒤로 가면 부드럽고 온화하고 훨씬 순박하다.

 

이런 좌석의 기차에 앉아서 커피향을 맡으며

여행을 한다면

그림과도 같은 산수를 구경하면서 분위까지 포함되어

정겨운 여행을 만들 수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앞으로 빠르게만 가는 세상을 살아왔다.

 

좁은 골목길 같은 시야를 벗어나지 못하고

앞의 큰 건물이나 태산 같은 일들이 크게만 보여지는

앞만 바라보는 세상에서 살아왔다.

 

큰것도 작아지고 높은 것도 낮아지며

좁음에서 넓어짐으로

빠름에서 여유로워 짐으로

날카롭고 뾰쪽한 서양의 산맥에서

부드럽고 선의 곡선이 예쁜 한국의 산을

 

신경이 날카롭고 뺙세고 힘듬에서

사물을 흡수하는 듯한 넉넉함을 갖게 되는

뒤를 바라보며 가는 세상

 

또한

원근법을 알게 되니

나의 위치와 사람들과의 거리를 어떻게 유지해야 함을

저절로 알게 하는

뒤를 보며 사는 세상을 한번 만나보아야 하지 않을까? 

 

가는 거리나 시간은 동일하니 더욱이 더 그러하다.

 

자리만 뒤로 돌리면 언제든 가능하다.

 

마음의 자리, 행동의 자리, 생활의 자리,

특히 가족의 자리면 더욱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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