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 5

더 큰 세상

010과 10의 차이란? 누구는 010은 있을 수 없다고 자연수가 아닌 숫자 표기가 가능하느냐고 투덜대지만 속으로는 다른 의미가 있을까봐 걱정하는 눈치다 너무 당연한 숫자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0 도 당연한 숫자인데 앞으로 나와 있다고 이상하게 보는 시각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두 가지 생각을 넘어서야 한다고 누가 말한다 아나로그에서 벗어나세요 빨리 비행기에 오르세요 떠나기 전에 해외여행 하고 외친다 모두를 떠나서 숫자 앞에 0 을 붙인다는 생각이 가상스럽고 아름답고 세상을 부드럽게 뇌를 말랑하게 하는 일이라는 것이어서 발상이 멋지다고 이야기 한다 없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없다 그리고 없어야 한다는 게 진리이다 라고 한다면 지금도 이상한 숫자라고 말을 할까 사람이라고 말을 할까 세상은 변하고 변해서 바뀌고..

살며 생각하며 2022.10.28

난 누구일까

손자와 시간이다 내방을 찾아와서 할배 그림자를 뒤져보는게 그가 벌이는 재미다 차이가 난다거나 어떤 다른 느낌이 있거나 할 쯤에 그는 하나 씩 물어온다 나는 책을 많이 읽으면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 않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쉽게 해결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말한다 그는 답한다 '책을 많이 읽으면 심심해 진다'고 그가 어디만큼 와 있는지 성장을 알게 한다 욱이는 '누구게' 할아버지 할머니 손자 할머니 할아버지가 없어지면 엄마 아빠 아들, 엄마 아빠도 없어지면, 또 이모도 친구도 다 없어지고 나면 욱이는 누굴까? 나무하고 욱이하고 바위하고 욱이하고 그가 고개를 묻는다 내 쪽에 울고 있다 다 없어진다고 해서 다 없어지면 욱이는 누굴까 몰라 그래 욱이하고 누구하고 누구하고 서로 연결되는 걸 관계라고 해 관계가..

가족 이야기 2022.10.11

물 때가 빠져 나갈 때

그림자가 두껍고 무거웠나 그런 날이었다 발바닥에 지쳐 묻어 따라온다 너도 아침을 잃었는지 봉은사 새벽 편경마저 울음이 얼었다 누가 아프다고 말하면 지나가는 강아지 목줄만큼이나 가늘었고 어덕 하나 허물어 짐은 이 밤을 지나는 무릎 통증이었다 해 놓았던 약속이 삭제되자 손발이 기다리다 손을 놓고 발을 잃어버린다 편지 한 장이 날아온다 언젠가 가을을 넣어두었던 시집 속 코스모스 꽃잎 아픈 색이다 그때는 산에 개미들이 버글 했다 붉고 파란 노란 채색과 톱니바퀴 붙은 신발을 신고 오르는 길이 여러 갈래였다 눈이 여럿 일 때는 이정표가 필요 없다 누군가 눈이 길을 뚫어 길을 낸다 어젯밤 길 잃은 달을 보았다 구름에 걸리고 넘어지고 구르다가 묻혀 버리고 만, 푸우푸 겨우 숨 쉬는 결이 숨어 파도로 나온다 물 때가 빠..

시 글 2022.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