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가 두껍고 무거웠나
그런 날이었다
발바닥에 지쳐 묻어 따라온다
너도 아침을 잃었는지
봉은사 새벽 편경마저 울음이 얼었다
누가 아프다고 말하면 지나가는 강아지 목줄만큼이나 가늘었고
어덕 하나 허물어 짐은
이 밤을 지나는 무릎 통증이었다
해 놓았던 약속이 삭제되자
손발이 기다리다
손을 놓고 발을 잃어버린다
편지 한 장이 날아온다
언젠가 가을을 넣어두었던 시집 속
코스모스 꽃잎 아픈 색이다
그때는 산에 개미들이 버글 했다
붉고 파란 노란 채색과 톱니바퀴 붙은
신발을 신고 오르는 길이 여러 갈래였다
눈이 여럿 일 때는 이정표가 필요 없다
누군가 눈이 길을 뚫어 길을 낸다
어젯밤 길 잃은 달을 보았다
구름에 걸리고 넘어지고 구르다가
묻혀 버리고 만,
푸우푸 겨우 숨 쉬는 결이 숨어 파도로 나온다
물 때가 빠져나갈 때는
너도 지쳤나 보다
어느 때 가졌던 공허가 빨랫줄에 걸리자
문득 돌아온 너스레들
심심도 무게가 있다는 걸
아는 오후 3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