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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의 가난/손택수

소리 쪽으로 기우는 일이 잦다 감각이 흐릿해지니 마음이 골똘해져서 나이가 들면서 왜 목청이 높아지는가 했더니 어머니 음식맛이 왜 짜지는가 했더니 뭔가 흐려지고 있는 거구나 애초엔 소리였겠으나 내게로 오는 사이 소리가 되지 못한 것들 되묻지 않으려고 상대방의 표정과 눈빛에 집중을 한다 너무 일찍 온 귀의 가난으로 내가 조금은 자상해졌다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손택수 시집에서 (쉽고도 호흡이 너무 좋아서 보내 봅니다)

시 글 2022.11.28

*있는지 없는지

*있는지 없는지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연말이 연말 낯빛 좀 보세 친구들 그리운 긴 답을 이끌어 내는 민주화는 인내이다 19(2) 20(2) 21(1) 22(3) 11월 가락동 수산시장 낙찰은 22(3) 손바닥에 쥐어졌다 손자에게 말을 보낸다 욱이는 누구지 할아버지 할머니 손자 아무도 없고 욱이만 이 세상에 있으면 누구지 ~~무릎에 고개를 묻고는 '모올라' 울고 있다 아무도 없는 세상은 울음이었다를 배웠다 손자에게서 태양이 뿌려 자전하는 하루 어둔 밤은 죽음의 영혼들 눈만 깜박인다 잘 가~ 건강히 다시 만나자 뒷칸으로 들어갔다 앞칸으로 나온 지하철 뒤로 내빼는 그림자들 낙찰된 손바닥이 빈 손으 로 돌아왔다 연말에 다녀왔니

카테고리 없음 2022.11.24

존재가 귀해졌기 때문입니다

*존재가 귀해졌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바라보는 느낌을 받았을 때 나를 영혼의 한쪽이 머리 뒷 켠에 멈춰 서 어머니 생각에서 돌아온 것처럼 가지고 왔습니다 당신의 허파 한쪽에 다녀온 듯한 창이 퍼덕였습니다 붓끝 굶주림을 띄우려 해도 나지 않는 숙연함은 처음이 깨어질까 말림 때문만 아닐 겁니다 그 애잔 떠 심장에 심어 살아나게 싶어서입니다 그리워했을 따뜻해했을 삶을 다독일 은밀한 운치의 시선이었기에 기도합니다 당신, 남은 허파에 보낼 허기진 기별을 세상은 참 갸륵도 합니다 짧은 순간이 움직여 내는 파고가 오랫동안 당신을 기억할 내 존재가 귀해졌기 때문입니다

시 글 2022.11.21

빈 곳

늘 빈 곳을 차지한 긴 발화 말복 밭 골 찬바람 부채이었고 언덕 이마에 서릿발 한 줌 뿌려 준 누군가 널 부르면 먼 곳 한참 비켜보던 바람 초가집 뒷뜰 한켠에 서 있던 개망초 또 누군가의 가장 비천한 존재로 덪을 씌운, 인간을 사랑하는 가슴 브로찌 계절이 소멸되지 못함은 되지 않는 이름 붙인 손을 떠난 바람 때문, 겨울도 지탱하는 나무가 못 되어 한을 여름내내 풀고 살았는지 모릅니다 빈 자리 찾아 나선 행선은 또 어느 시인의 뜸질 메꾸시려고 차림 하셨는지요

시 글 2022.11.19

*이름 빼앗긴 꽃

휘발시킨 이름 아이디를 전설처럼 붙이는 마을 너는 '억새'라는 이름을 지어 받았지 벌 나비 전혀 세 들어 살지 않는 꽃에게는 이름을 지워갔다하네 혹 신명이 있었던 것일까 마을은 해였다 달이었고 별이었든지 꽃은 꽃은 다 꽃밭으로 키워내고 바람을 좋아하는 것들은 집 밖으로 쫓겨나 해 달 별 가는 길을 들여다보는 하늘 바래기이었습니다 족두리 올리는 일은, 부모 이름 지우고 마을서 얻은 이름 지켜가는, 너무 낯설어 '마동 댁'은 집이자 이름으로 평생이 되어버려서 암컷은 어둠이 커나가면 강가로 나와 하늘이 스러가는 길과 마을 샛길을 바꾸어 보곤 했습니다 해는 무겁고 흔들리고 싶은 여인이 찾아와 같은 풍경이 되어 알듯 모를듯한 말을 주곤 너의 몸에서는 배고픈 벼 이삭 냄새가 콤바인 날개에 갈리어 뿜어 나왔습니다 멀..

시 글 2022.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