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 4

아가야

늦은 오후 어두운 돌 한 마리씩 안고 나온 애착들 민이야 네 친구 석이야 아이들은 벌써 7명으로 늘어나고 동네 운동장은 석양 햇살 받이 언덕 잔디밭 저마다 해산의 아픔 한 가닥씩 목줄처럼 내놓고는 거두고 간다 목련은 꽃만 피고 꽃만 피고 씨 없는 수박 우장춘은 종자를 말려도 박사라는데 신안산 70 만원 짜리 민어만 드시고 가신 할아버님 손자 목말라 우물가에 차려진 젯상 마시면 마실수록 목마른 짠물은 간척지 서해 어느 섬에서 시작된 유래 3대 독자 집안 어두운 골목 끝자락에 선 석이네 자기야 석이면 됐지? 어느 거지가 초가집 불난 걸 보고 우리는 집이 없어 행복하다고 꺼내려다 꾹 참은 목구멍에 밤새 초가집이 들락거려 눈이 뻥했다 시집 안 간 누구는 한 번에 들어서 어르신들 복덩이 들어왔다고 왕 대접 밥상 ..

시 글 2022.07.31

빛과 소리 게임

둥근 빛은 소리를 찼다 소리는 빛을 찼다 어쩌면 빛은 소리의 꼬리를 쫓아다녔고 소리는 빛의 꼬리를 쫓아다녔다 빛은 빛을 소리는 소리를 찰 수 없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찰 수 없는 것처럼 빛이 차면 반드시 소리 차례가 되어야 하고 소리가 차면 반드시 빛의 순서가 되어야 했습니다 빛이 주저앉거나 소리가 그러하면 게임은 끝이 납니다 소리와 빛의 놀이이기에 어둠은 오히려 그들에게는 더 편합니다 집중력은 지구를 들어 올릴 수 있는가 봅니다 빛의 속도나 소리의 속도가 같은 우주에서 단 하나밖에 경험할 수 없는 게임입니다 더 훌륭한 경험은 바로 소리와 빛은 하나라는 점입니다 공상과학에서도 나올 수 없는 초 우주적인 신비한 세계 아인슈타인도 풀 수 없는 게임입니다 어디선가 본 경험이 있을만한 게임이지요 속도를 줄인 빛은..

시 글 2022.07.20

날개는 걱정할 내일이 없다

핸드폰 캘린더에 내일이 오늘이 된 일을 적는다 어깨걸이 쌀 몇 줌 가방에 넣어 두기 고양이 느린 걸음으로 들어가는 오후 이쯤 나는 그림자가 되어 준 나무 아래 배고픈 예배의 긴 의자에 앉는다 한 줌 쌀 입 다물었던 연꽃봉에 시주할 때 손가락은 나무 가지가 되어 네 발의 망설임을 끌어들인다 두려움은 손에 잡혀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 때문이려나 한나절을 나는 새는 배가 이때쯤 고프다 배고픔이 믿음보다 앞선가 모이를 파고드는 날카로운 혀 굳어지는 신앙 벌써 순환을 알아차린, 나의 날개들은 가지 사이를 예배 시간으로 알고 왕래한다 연꽃잎은 저녁 예불을 봉안하고서 손가락을 믿는 기도는 아예 둥지를 틀 셈이다 어디서 배웠는지 가부좌보다 깊은 불심 믿음은 배고픔에서 나오는 줄을 오늘 나는 너에게서 읽어낸다 내일은 더 ..

시 글 2022.07.05

집중 호우를 마다치 않고

비나 실컷 세상 젖어줬으면 저녁나절 집중 호우를 마다치 않고 큰 우산 문태준 시인이랑 연필 하나 나 하나 우산 비 의자에 앉아 비 펼쳐 든 공원은 우산 들고 걷고 비닐 옷은 자전거를 사랑해 바퀴를 돌리며 갑니다 개망초 꽃대 비처럼 서서 하늘저쪽 검고 눅눅한 예보를 더 낮게 불러모으고 자기 살 길을 찾는 빗물이 골을 내어 성내천 한쪽을 이어가려 하는데 롯데 웰드몰 구름 속 신선 되어 123층 나비가 됩니다 공원 쪽을 바라보던 아파트 뒤 돌아보다 소금 기둥 갸우뚱 잠깐 빗줄 틈을 낸 고양이 어디로 가시는지 공원의 비를 마냥 마냥 검은 속치마 숲은 마지막 매미 허리를 쓸어내 유치각 유치각 쓰르르 밤으로 숨어가고 우산 큰 문태준 시인이랑 연필 하나 나 하나 불빛 몇 줄 페이지에 삽입하니 공원 의자 네 발이 엉덩..

시 글 2022.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