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글

날개는 걱정할 내일이 없다

마음의행로 2022. 7. 5. 21:57
핸드폰 캘린더에
내일이 오늘이 된 일을 적는다
어깨걸이 쌀 몇 줌 가방에 넣어 두기
고양이 느린 걸음으로 들어가는 오후
이쯤 나는
그림자가 되어 준 나무 아래 배고픈
예배의 긴 의자에 앉는다
한 줌 쌀
입 다물었던 연꽃봉에 시주할 때
손가락은 나무 가지가 되어 네 발의
망설임을 끌어들인다
두려움은 손에 잡혀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 때문이려나
한나절을 나는 새는 배가 이때쯤 고프다
배고픔이 믿음보다 앞선가
모이를 파고드는 날카로운 혀
굳어지는 신앙
벌써
순환을 알아차린,
나의 날개들은 가지 사이를
예배 시간으로 알고 왕래한다
연꽃잎은 저녁 예불을 봉안하고서
손가락을 믿는 기도는 아예 둥지를
틀 셈이다
어디서 배웠는지
가부좌보다 깊은 불심
믿음은 배고픔에서 나오는 줄을
오늘 나는 너에게서 읽어낸다
내일은 더 이상 식량을 구치 않는다
공양의 두 손이 창문을 닫을 때
가난한 나는
알 수 없는 걱정을 내일 캘린더에 남겨 둔다
새들에게는 내일 걱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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